▲경기도교육청이 만든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에 실려있는 국립중앙박물관 도시락 쉼터 요구활동.
경기도교육청
당시 초등학생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시락 쉼터를 요청한 사례는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와 경기도교육청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하고 뜻깊은 행동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배성호 교사와 당시 초등학교 제자들이 실내 도시락 쉼터를 만들기 위해 다른 공공기관에 대한 조사활동과 박물관장에게 편지쓰기 활동 등을 펼친 것이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모범적인 참여 활동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런데 이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뒤, 도시락 쉼터 폐쇄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송중초 4학년인 한 학생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편지를 썼다. 이 학생은 편지에서 "옛날에 배성호 선생님이랑 그 제자들이 만든 도시락 쉼터 기억나시느냐. 그걸 왜 없앴느냐"면서 "박물관은 외부음식 반입 금지인데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계단에서 밥을 먹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런 뒤 "사람들이 밟고 가는 그 계단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우리들이 불쌍하지도 않느냐. 관장님도 거기에 앉아서 밥을 먹어보시라"고 항의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4학년 학생도 편지에서 "누구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즐겁게 왔는데 길바닥에서 도시락을 먹으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 이렇게 먹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배성호 교사는 <오마이뉴스>에 "당시 초등학생들이 4년여에 걸쳐 직접 편지를 써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시락 쉼터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를 없앤 것은 교육자이자 시민으로서 매우 유감"이라면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박물관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비바람과 미세먼지 속에서 아이들이 박물관 계단과 후미진 곳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질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환기시설 안 되고 오용 사례도 많아서..."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도시락 쉼터는 코로나 기간 동안에 이미 폐쇄가 되었던 곳인데다가, 이 공간이 환기시설 설비가 안 되어 있고 사설단체가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오용하는 경우도 많아 다른 용도로 바꾸게 됐다"면서 "도시락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해당 공간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생들이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많이 오는 우리나라 공사립 주요 시설 상당수가 도시락 쉼터를 열고 있다. 하지만 이 박물관은 국립시설인데도 기존에 존재하던 도시락 쉼터를 없앤 것이어서 학교 안팎의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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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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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시락 쉼터' 자랑하더니... 없애버린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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