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전문가넷이 16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성효
경남 창원지방법원이 조만간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국 중대재해 전문가들이 '제정신청 기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14개 전문가·연구자 단체와 개인 130여 명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권영국·강태선·김현주·신희주)는 16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두성산업 사건 재판부에 대한 위헌심판제청 기각 탄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단체·개인이 서명한 탄원서를 창원지법으로 우편 발송했다.
앞서 창원 소재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인 두성산업에서 지난해 2월 노동자 16명이 유해화학물질로 급성중독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두성산업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첫 기소 사업장이 됐다.
이후 두성산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담당 재판부인 창원지법 형사4단독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을 위배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두성산업·화우는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제4조 제1항 제1호, 제6조 제12항)이 헌법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첫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다.
창원지법은 오는 18일 기소된 두성산업에 대한 본안사건 기일 공판을 열 예정이다. 재판부가 이날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판부가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경우 헌법재판소법(제42조)에 따라 두성산업 사건의 재판은 헌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헌재는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사건도 사실상 재판 진행이 멈춰진다.
반면 담당 재판부가 신청을 기각할 경우에는 신청자가 헌재에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날 대법원 앞을 찾은 중대재해전문가넷 소속 문은영 변호사와 심형진 예술인연대 사무총장, 김현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권영국 변호사는 각각 발언을 통해 담당 재판부가 두성산업 측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오는 18일 두성산업 사건 담당 재판부가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인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을 확인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멈출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이때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은 존재하지만 사실상 죽은 법이 될까 심히 우려된다"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명백히 합헌이며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집행의 단절은 안전의 퇴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성산업 사건 재판부의 두성산업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인용 여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과 현장에서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과 단절 없이 (법이) 효과적으로 집행·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담당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