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한 달 남은 벼 갈아 엎길래..." 송전탑 반대 농민들 최후진술

등록 2023.01.17 09:52

수정 2023.01.17 09:52

▲지난 2021년 7월 12일 조 아무개씨가 벼를 갈아 엎고 있는 포클레인을 막아서고 있다. 이재환

지난 16일 오전 충남 서산지방법원 108호 법정에서 검찰이 논을 갈아엎는 포클레인을 막아선 농민들에게 1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농민들은 검찰의 구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사건은 2021년 7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당진시 우강면 농민들은 삽교호 인근에서 한국전력의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집회를 벌였다. 한전 측은 농민들이 보는 앞에서 포클레인을 동원에 수확을 한 달 앞둔 조생종 벼를 갈아엎었다.

당시 포클레인을 막아선 주민들은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주민들은 항소했고 지금까지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선고는 오는 2월 13일 이루어질 예정이다. 항소를 선택한 유이계씨와 조아무개씨는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한 조아무개씨는 "(당시 사건) 현장 부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날은 쓰레기를 주우러 나갔다가 사람들이 있는 것(집회)을 목격했다. 한전에서 중장비로 30여 일 후면 수확할 수 있는 벼를 짓밟고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벼를 살리기 위해 중장비를 막았다. 3시간 정도 대치하다가 당진 경찰서로 연행됐다"라며 "농민이 맨손으로 장비를 막은 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이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해당 지역은 야생생물 보호구역이다. 한전이 마땅히 송전철탑을 지중화해야 할 구간이다. 검찰에서 100만 원을 구형한 것은 부당하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소호했다.

유이계씨도 "수확이 앞둔 벼를 갈아엎는데 가만히 있을 농민은 없다"면서 "철새 도래지에 철탑이 꽂힌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것이 죄가 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법원의 선처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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