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길수 교수가 3년간의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뒤 펴낸 <모든 붇다가 보살피는 아미따경>과 <극락 간 사람들> 책들
오문수
깨달음에 이르러 그가 찾아낸 3가지 경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 <모든 붇다가 보살피는 아미따경>이다. 내친 김에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미 극락에 간 사람들을 찾아서 10년 만에 펴낸 책이 <극락 간 사람들>이다.
"연명치료 하지 말고 절대로 울지 말아라"
서길수교수가 티벳 속담이 담긴 경귀를 보여줬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울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은 웃고 즐거워 하였다. 내가 내 몸을 떠날 때 나는 웃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울고 괴로워하였다."
"태어나는 것은 내 맘대로 못했지만 죽는건 내 맘대로 하고 싶어 지인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절에서 3년 동안 참선하고 지냈다"라고 얘기해 "무슨 지병이라도 있었습니까?"라고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사람의 삶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철이 있어요. 봄에는 학교 다니며 공부할 때이고 여름에는 직업을 가지고 활동할 때입니다. 가을에는 열심히 활동해 성공하고 거두는 때이며 겨울은 거둔 것을 나누고(回向) 죽음을 준비할 때(宗教)입니다. 잘 죽는 것이 더 중요하며 철학이 끝나는 곳에 종교가 시작된다는 철학자 하이데커의 말을 좋아합니다. 이걸 모르는 걸 '철부지(철不知)'라고 합니다."
그가 늘 마음속에 죽음을 새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식들에게 남길 유언을 준비하면서 장례식을 생각했다. 죽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살아서 하는 장례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죽은 뒤 찾아오는 사람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죽어서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장례식보다는 내가 살아서 조문 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는 장례식이 좋겠다. 그러려면 장례식을 살아서 해야겠다. 그 대신 죽을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부고없이) 조용히 간다."
서교수는 책을 출판할 때마다 장례식 대신하는 출판기념회를 하고 싶어한다. "죽기 전까지 몇 번이나 자신의 장례식을 치를 것인지가 궁금하다"는 그가 제작한 영상물에 수록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