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닥칠지 모를 일터에서의 죽음과..."

등록 2023.01.18 17:29

수정 2023.01.18 17:45

▲18일, 광주시민사회단체들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김동규

"이 자리에 참석한 광주전남의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올바르게 안착되어 최고경영자를 위시로 한 사업주가 노동자 안전보건의무를 반드시 이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18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 사망 사업장 최고경영자 처벌 강화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광주청년유니온,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청년정의당 광주광역시당 등 10개 단체가 함께했다.

지난 9일,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주)한영피엔에스에서 일하던 필리핀 이주노동자 A씨가 지게차와 자재 투입구 사이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인 10일 세상을 떠났다.

지난 11일에는 화순농협 양곡 가공 공장에서 쌀 포대 운반 기계를 수리하던 20대 청년 B씨가 갑작스러운 기계 작동으로 기계에 협착돼 사망했다. 화순농협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안전의무 조치 미비 사항이 검토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주)한영피엔에스 공장 중대재해 사망사건을 살펴본 결과 현장 내 지게차 이동 시 함께 있어야 할 안전요원(신호수)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게차에 대한 안전교육과 작업계획서 역시 없었다"고 했다.

화순농협 중대재해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기계 수리 과정에서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이외에도 안전장치 미설치, 안전교육, 2인 1조 작업을 비롯한 안전조치 위반 사항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사망사고의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27일 이후 11월까지 19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고용노동부는 이중 33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는 6건에 불과했고 최종 사법처리는 0건"이라며 "사건 발생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1호 사건이었던 삼표산업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오늘 우리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검찰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최고경영자가 노동자 안전조치 의무를 잘 이행하였는지 조사할 것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의 후속 조치를 철저히 진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번 사망사고들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산업안전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핵심으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노동행정 및 사법당국의 처리는 바로 이 같은 지점에서 예의 주시되고 있다. 다시 한번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청년노동자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고미경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은 "우리는 살기 위해서, 먹고살기 위해서 일터로 가지만 어느 순간 닥칠지 모르는 일터에서의 죽음과 늘 함께한다"며 "이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고 길거리를 누비며 정말 많은 시민들과 마음을 모았다. 그러나 그 마음들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윤석열 정부는 이마저도 누더기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다시 한번 개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곳과 가까운 하남산단, 진곡산단 노동자들의 죽음을 접할 때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전한 일터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작은 변화조차 너무도 어려웠다"며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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