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원자력공사(ENEC)는 지난 2009년 12월 27일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UAE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에 한전컨소시엄이 프랑스(Areva)와 미국(GE)-일본(Hitachi)컨소시엄과 경합 끝에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논란의 비밀군사협약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의 원전 수주전은 한국이 프랑스에 완패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그해 말에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를 만나고 난 뒤에 반전이 일어났다.
UAE 측은 "한국이 UAE의 안보를 위해 무엇에 기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한국 측은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고, 그러자 UAE는 '양국의 비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UAE 유사시 한국군 부대 파병을 의무화하는 자동개입 약속, 평시에도 전투부대 주둔 및 UAE 군 교육훈련과 정보, 군수지원까지 한다는 한국 정부의 의무를 담고 있다.
이런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가 우리 정부의 외교부와 법제처, 국방부에 전달되었다. 이 문서 초안을 보고 외교부에서는 '헌법을 위반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비판에 직면하자, 이렇다가 원전 수출이 무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 이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UAE로 급파했다.
이후 김 장관은 연거푸 세 번이나 UAE를 방문하면서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UAE 측은 이를 수용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2018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 비준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제일 큰 문제는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약이 체결되고 얼마 후 UAE는 차기 원전을 한국에 발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1년에 특전사의 1진이 UAE로 파병되었다. 협약에 따라 평시에 전투부대를 UAE에 상주시켜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그게 바로 현재 UAE에 나가 있는 아크부대다.
이 부대는 평화시에 UAE 군에 대한 교육훈련과 작전지도의 역할도 수행한다. 뿐만아니라 한국은 UAE 군 현대화를 위한 무기체계와 기술과 정보지원까지 약속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없는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간 이 협약으로 인해 한국은 졸지에 UAE의 비밀 동맹이 되고 말았다.
한편 이 비밀협약의 존재를 모르고 2017년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자꾸 UAE 측으로부터 무리한 군사 지원 요구가 들어오자 뒤늦게 이전 정부가 비밀 군사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이 협약에 대해 송영무 국방장관은 UAE를 방문하여 '일부 조항 수정'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UAE는 크게 격분했다. 이에 놀란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UAE에 대통령 특사로 급파하여 사태를 수습하도록 했고, 협약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이후 UAE의 아크부대는 UAE의 허락이 없으면 철군할 수 없는 '지정학의 인질'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 금기어를 발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