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싸 간 볶음밥에 치즈 올리고 스리라차 뿌려서 구운 달걀과 함께 먹으면 꿀맛이다.
김지영
양념이 없어도 사실 먹는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양념을 곁들이면 먹는 즐거움이 올라간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취미 생활 같은 인생의 '양념'들은 굳이 없어도 인생을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지만, 그런 것들이 없다면 인생은 조금 무미건조해질 것 같다.
내 인생의 양념 같은 취미 생활은 요즘에는 피아노와 글쓰기이다. 굳이 '요즘에는'이라고 단서를 붙이는 이유는 입맛이 그때 그때 변해가듯이, 취향도 변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그만 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한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여러 곡을 섭렵하면서 피아노에 대한 감을 익혀 가는 동시에, 배움의 즐거움을 톡톡히 느끼고 누리고 있다.
스스로를 "안정 추구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나는 은근히 새로운 도전을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다.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그런 커다란 도전(이를테면 이직이나 큰 프로젝트를 맡는 일) 말고 사소한 새로운 도전들은 내 인생의 활력소가 되어 주고 있다.
글쓰기 역시 요즘 내 인생의 활력소 중 하나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누구나 하지는 않는. 피아노도 글쓰기도 가계에 보탬이 되거나 먹고 사는 일에 지대한 영양을 끼치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가 빠진 나의 삶은 색채가 빠져 나간 그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양념이 없어도 맛있지만 양념을 추가하면 더 맛있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여러가지 오피스 혼밥 메뉴처럼.
취향이나 취미 생활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나의 필수 양념 목록은 독자들의 필수 양념 목록과 다를 수 있다. 매운 맛을 싫어한다면 케첩을, 한식을 좋아하는 입맛이라면 고추장 튜브를 구비해 두어도 좋겠다. 물론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양념 종류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겠지만, 이 양념들은 어디까지나 '오피스 혼밥'을 살짝 즐겁게 해주는 용도임을 잊지 말자.
게다가 공용 냉장고를 내 양념으로 가득 채우는 것도 자칫 민폐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사무실 공용 냉장고를 사용할 때는 최대한 작은 양념병을 구입하거나, 큰 병을 사서 집에서 작은 용기에 소분해 오는 방법을 이용하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혹시 반찬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일반 김치 말고 양념을 모두 씻어 내고 물기를 꼭 짠 김치를 싸가면 좋다. 양념이 묻은 김치는 아무리 밀폐 용기에 담더라도 냄새도 많이 나고 자주 문을 여닫는 사무실 냉장고 특성상 빨리 익어서 쉬어 버릴 수 있다. 씻은 김치를 밀폐 용기에 담아서 냉장 보관하면 익는 속도도 느려지고 냄새도 덜 나서 사무실에 구비해 두고 먹기에 적합하다.
명절 지나고 남은 음식이 처치 곤란하다면 도시락을 싸보자. 그리고 그 도시락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시켜 줄 수 있는 양념도 함께 곁들여 보자. 적적할 수 있는 오피스 혼밥이 한층 더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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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입맛도 살린다... '오피스 혼밥'에 필요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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