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바위가 얼어 붙어 있다. 이날 수은주는 영하 12도를 기록했다.
이재환
영하 12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겨울 바다의 풍경은 봄 여름 가을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바닷가 바위에는 물방울 모양의 얼음이 몽글몽글 맺혀 있다. 강추위가 바위를 얼려버린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깊은 설산 계곡의 바위를 연상시킨다.
밤섬으로 가는 길은 물때를 맞추지 않으면 섬에 고립될 위험성이 있다. 밀물이 들어오면 섬은 이내 바닷물에 잠긴다. 밀물이 들어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넉넉했지만 바닷가 칼바람이 길을 막아섰다. 추워도 너무 추운 날씨다. 수은주는 영하 12도를 기록했다. 해변에 우뚝 서 있는 공룡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일단 발길을 돌렸다.
서해안에 사는 가장 큰 호사는 수시로 바닷가에 나가 바다 풍경을 꺼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 그리고 다음에 또 시간이 나면 다시 올 수 있으니 특별히 아쉬울 것도 없다. 바다 전체를 눈으로 모두 빌려 보는 기분이다. 바다라는 책의 사서는 자연이다.
바다는 추우면 추운대로, 날씨가 흐리면 흐린 대로 그대로 풍경이 된다. 독자인 인간은 자연이 읽어주는 대로 즐기면 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서해안을 즐겨찾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