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진행한 서울인쇄대학 모습이태영 위원장과 인쇄인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수업으로 매 기수마다 십여 명의 현업 인쇄인이 참여했다.
최대혁
지난해 '서울인쇄대학'이 왜 기술 분야 보다는 관계와 소통, 경영 등 기술과 거리가 있는 내용들로 채워졌는지 이해되었다. 리더십 외에도 경영인으로서 인쇄인은 실물 경제 공부도 중요하다는 게 이태영 위원장의 의견이다. 그는 일례로 금리 얘기를 꺼냈다.
"경제나 금리 변화에 대한 교육이 되었다면 지금처럼 가파르게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발 빠르게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을 텐데, 이를 모르는 지금 많은 인쇄소가 8~9%로 치솟은 금리를 물면서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이에요."
코로나를 지나면서 인쇄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인쇄소가 금융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연히 금리 상승은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텐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미리 교육받거나 정보를 교류할 수 있었더라면 많은 인쇄소가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센터는 올해도 서울인쇄대학을 이어가고자 교육위원을 따로 꾸리고, 분기별로 꾸준히 개강할 계획이다. 이태영 위원장이 구상하는 올해 교육은 무엇일지 물었다.
"지금 강의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교육이에요. 서로 가진 기술과 역량을 공유하면서 협업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필요하죠."
작년에 시작한 서울인쇄대학에서도 이태영 위원장은 수업만큼 종강 후 기수별 모임을 운영하는 데 큰 공을 들였다. 종강과 함께 회장과 총무를 뽑고 모임을 정기화했다. 아직은 친목을 다지는 수준이지만 기수가 쌓이면서 그의 바람처럼 협업도 점차 늘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거기서 협업을 끌어내는 방식을 확신을 갖고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미 여러 경로로 이와 같은 활동들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천여 개 인쇄소가 조합원으로 있는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의 일반인쇄부 간사를 맡고 있고, 중구상공회 감사이자 경영애로해소위원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여러 모임에서 '총무' 역할을 맡고 있어, 오죽하면 직업이 '사무총장'이라는 소리도 들을 정도라고 한다.
도시재생사업이나 지역 공공사업을 진행할 때 참여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하면서 궁금하기도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내가 사는 성내동에서도 도시재생이 몇 년째 진행 중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 다른 동네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하면서도 말이다. 생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이들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조금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는 거죠. 누군가 노력을 해야만 그게 이루어지거든. 남 잘되면 배 아픈 사람도 있지만 남이 잘되면 아주 즐거운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많아요."
남이 잘되는 모습에, 함께 잘되는 모습에 즐거운 이들. 작년 한 해 서울인쇄센터를 통해 만났던 인쇄인들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말이다. 다들 당장 발끝만 보며 생업을 챙기기에도 모자란 때라고들 한다. 그럴 때 주변을 살피는 일은 맘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센터가 작년 차근차근 계획된 일들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또 올해를 계획할 수 있었던 것도 기꺼이 '남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준 이태영 위원장과 같은 인쇄인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