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 건물 내 붙어 있는 안내문. 임대인이 난방비 인상으로 월세 3만원을 인상할 것을 통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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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는 에너지바우처 대상 여부를 가르는 일차적 기준(소득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국민기초보장제도는 에너지바우처의 도움 없이 그 자체만으로 에너지 빈곤을 해소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급여의 내용으로 "의복, 음식물 및 연료비와 그 밖에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금품을 지급"(제8조 1항)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주거급여를 통해 "주거 안정에 필요한 임차료, 수선유지비, 그 밖의 수급품을 지급"(제11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임차인인 한, 주거급여는 임차료만을 지급하는 데에 그친다.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의 30%로 일괄 책정된다. 따라서, '기준중위소득'을 얼마로 하는지가 관건인데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020년도에 스스로 정한 기준중위소득 산출 산식(최신 3년간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평균 증가율(기본 증가율) 적용, 통계원 변경에 따른 추가 증가율 적용, 변경 가구균등화 지수 적용)을 재정 여건 등을 빌미로 따르지 않고 임의로 낮게 편성해 왔다.
작년 7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023년 기준 중위소득을 5.47% 증가시켰을 뿐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 합당한 연료비가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법률이 정한 생계급여 최저보장수준을 보장하려면 일시 지원금과 같은 임기응변이 아닌, 물가 인상 요인을 반영한 적정 기준중위소득을 산출하도록 해야 한다.
주거 빈곤 문제 풀어야 에너지 빈곤도 해결 가능
끝으로, 난방비 급등에 따른 에너지 빈곤은 대체로 주거 빈곤층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13일, 인천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거주하고 있던 2인이 사망했다. 소방에 따르면, 침대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21일 방문한 동자동 쪽방의 한 주민은 한낮 실내임에도 방한 점퍼를 입고 있었다. 심야전기 온돌 판넬로 난방을 하는 집이라 낮에는 방이 말 그대로 냉골이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쳐 화장실에서 흘러나온 물이 얼어 계단은 빙판이 되었다. 작년에 건물주가 재래식 화변기를 수세식 양변기로 바꾸면서 임대료를 1만 원씩 올렸는데, 단열에 취약한 건물이다 보니 수도관이 동파돼 화장실 바닥은 물론 모든 계단이 얼음으로 뒤덮인 것이다. 요 며칠 새 주요 포털에 '얼음 계단'으로 나오는 바로 그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