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과 눈치라는 이름 아래 법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할 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렇듯 우리들 바로 곁에 있다.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노동자가 되었을 때의 권리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다. 2022년 기준 최저임금은 얼마고, 법정 노동시간은 몇 시간을 넘겨서는 안 되며, 주휴수당이니 연차수당이니, 알아야 할 정보들을 교과서는 제법 꼼꼼하게 챙겨 알려준다.
이렇게 교과서를 통해 자신의 권리에 대해 배워 알고 있는 아이들이, 실제 현실에서 권리가 편법과 불법 아래 무시되는 모습을 보고 느꼈을 그 날의 암담한 감정을 상상해보니 또 다시 마음이 무겁다.
막연히만 느껴졌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는, 이들에겐 친구들의 문제, 먼저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언니 오빠의 문제, 궁극적으론 자신들의 문제이다. 실제 우리 활동에 오랫동안 참여한 활동가의 사례를 우리 프로그램 속에서 다뤘는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15개월 정도 일한 지혜(가명)는 퇴직금 170만 원, 주휴수당 340만 원을 지급받지 못한 채 해고되었다.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인터뷰 해보니, 주휴수당은 존재 자체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고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30만원이 전부였다.
20대 초반의 그녀에게 500만 원이 넘는 돈은 아주 큰 금액일텐데, 지금이라도 권리를 행사해 보자는 나의 제안에 그녀는 매번 머뭇거리며 망설인다. 관행과 눈치라는 이름 아래 법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할 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렇듯 우리들 바로 곁에 있다.
생각해보니 어디 지혜 뿐이랴. 함께 활동하는 희서(가명)는 가게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두 달치 월급이 체불된 채 마냥 기다리고 있고, 친구의 아들은 아르바이트 할 수 있도록 힘들게 가르쳐 놨으니 혹시라도 얼마 안 돼 그만두게 되면 두 달치 월급은 교육비 명목으로 뺄 수 밖에 없다는 사장의 엄포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한다.
가깝고도 먼 노동법과 노동권, 노동법의 준수 여부는 전태일이 산화했던 70년대만의 얘기가 아니라, 매번 버전을 바꿔 '최저임금 1만 원, 노조법 2, 3조 개정' 등의 이름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내가 하면 답답하고, 입 아픈 결론을 실태조사에 함께 했던 청소년의 입을 빌어 맺고 싶다.
"노동권 문제가 청년 세대, 나아가 모두의 문제라는 것은 자명하다. 문제 상황을 널리 알리고, 담론을 형성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하루 빨리 나아가야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사회의 대부분은 아직 노동권 문제는 단순히 '노동조합만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근래의 노동조합법 2, 3조 이슈에 대해서도 집회현장과 여러 논평은 많으나 대중, 특히 몇 년 후, 또는 지금 당장 현실을 고스란히 겪게 될 청년 세대의 인식과 담론 형성은 미미하다. 노동권의 격하, 침해가 편법도 아닌 합법으로 인정되고 사각지대의 그림자가 노동시장을 덮고 있는 지금, 담론과 단결의 범위를 청년과 청소년 세대로 확장하여, 사회참여의 새로운 흐름을 개편하는 것은 권리와 가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필수요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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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연대는 알바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의 인상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한편, 알바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들에 대한 상담, 교육,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시로 실태조사를 통해 알바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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