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 신령 금호와 인간의 모습을 한 요괴 산삼의 대화. <대신 심부름을 해다오> 30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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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자를 울린 <30화>에서 금호산의 신령 금호가 현시대에 잊힌 가치를 일깨운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푼다면 어떤 형태로든 네게 돌아올 거야. 마음이 될 수도 있고 재화가 될 수도 있고, 손해라는 개념은 없어. 그러니까 너는 지금처럼 아끼며 사는 거야. 은호도 도연이도 너 자신도".
선의가 선의로 돌아오는 세계에서 주고받음은 등가교환이 아니다. 내가 주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다정한 세계 앞에서 아득바득 쥔 주먹이 조금 풀어진다.
이유 없는 다정의 귀함
<대신 심부름을 해다오>의 산삼과 은호의 선한 선택들은 아귀로부터 금호산을 지키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길을 만든다. 나를 위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마음이 모여 악을 물리치다니, 어쩌면 뻔한 이야기 아닌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이미 다 아는 권선징악 강조가 아니다.
주인공 은호를 통해 착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져보자는 제안이다. 아귀와 처음 대면하는 장면에서 은호는 예상을 깨고 아귀를 몸통으로 들이박는다. 그리고 말한다. "나도 할 수 있어. 단순한 유희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힘을 쓸 수 있어. 내가 약해서 참는 게 아니고 네가 강해서 권리가 생기는 게 아냐. 품위를 지켜."
우리는 종종 내가 가진 상처를 무기로 타인을 상처 주며 그것이 정당하다고 착각한다. 아픔을 경쟁하고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고받는 것에 지쳐서 '무해의 시대'를 원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아이들의 원혼에 기생하는 아귀보다 버려진 박스에서부터 삶이 휘둘려온 은호가 더 악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은호는 품위를 지킨다. 자신을 각별히 아끼고 고통을 대신 가져간 산삼을 품는 쪽으로 마음의 방향을 정한다. 다정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이유 없는 다정의 귀함을 아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작가가 담담하게 말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