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하고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더라도, 조현병 정신질환자의 내부에는 다양한 색깔의 감정들이 존재합니다.
Steve Johnson(Unsplash)
조현병에 대해 다루는 창작물과 미디어에서는 이런 당사자의 감정들에 대해 비중 있게 조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묘사를 하더라도 환각이나 망상이 행동의 직접적 원인이나 성격 그 자체인 것처럼 그려내곤 합니다.
하지만 조현병 당사자도 비질환자와 똑같이, 어떨 때는 더 생생하고 강한 감정들을 겪을 수도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래요. 겉으로 보기에 이성을 잃어 보이거나 무표정으로 있을 때도, 마음 안에서는 자아가 불안과 공포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도요.
최근 조현병 아들을 둔 엄마를 내용으로 한 심리스릴러 <F20>(2021)을 감상했습니다(F20은 조현병의 질병 코드). 개봉 당시에는 조현병 혐오 논란을 낳기도 했는데요. 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건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아들 캐릭터였습니다. 그가 이야기 내에서 더욱 다양한 감정표현이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아들 외에 조현병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등장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하는데요. 아들 또래의 남자 청소년입니다. 그는 주인공의 아들보다도 더욱 인물됨이 드러나지 않아 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많은 다른 창작물에서 그렇듯이, 인물이 가진 고유한 성격보다 조현병 증상을 부각시킨 것이죠. 비질환자들이 가진 중증 조현병 정신질환자에 대한 전형적인 선입견(잘 이해할 수 없는 반복적인 행동, 논리적 대화가 잘 되지 않음 등의 눈에 띄는 특징)이 인물의 주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영화에서 해당 인물의 감정 탐구나 입장을 통해 인간다운 모습을 더 부각시켰다면 그런 특징은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영화가 비질환자들의 시선과 편견을 이용해 중증 조현병 정신질환자 인물을 규정짓고 주변인으로 소외시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표현이 중증 조현병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창작자들에게 조현병에 대한 심각하고 깊은 성찰까지 요구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최소한 조현병을 가진 인물들이 비질환자만큼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존엄한 존재로 그려지길 원해요.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조현병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려면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어요. 변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지만,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존재하기에 모든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비질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조현병과 조현병 당사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통해 조현병을 가진 정신질환자들이 비질환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감정과 정서를 가진 같은 인간 존재임을 모두가 깨닫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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