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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운임제' 밀어붙이는 당정... "노조에 대한 복수"

'안전운임제' 폐지... 민주·정의, 화주에 대한 강제력 없앤 새 '표준운임제'에 반발

등록 2023.02.07 16:43수정 2023.02.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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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지난 6일 지난해 말 일몰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인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화주가 운수사에게 적정 운송 운임 이하로 지급하면 화주에게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던 안전운임제와 달리, 표준운임제에서 화주는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해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6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개최해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마련'을 발표하고, 화물차 번호판를 대여해서 사용료만 챙기는 지입전문업체의 퇴출을 비롯해, 안전운임제를 대체할 표준운임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서 과로와 과적·과속 위험을 방지하는 제도이며, 시멘트와 컨테이너 2개 품목 운송에 한해서만 시행됐다. 당정은 표준운임제 역시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와 컨테이너 2개 품목에 한해서 3년 일몰제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서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화물연대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표준운임제에 대해 "시혜적이고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표준운임제는 화주 책임을 삭제하고 제도 강제력을 완화하여 제도를 무력화하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된 화물운송시장의 특성상 물량을 위탁하고 운임을 결정하는 화주자본에 대한 강제성 없이는 화물노동자에 대한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며, 처벌조항과 강제성이 없는 운임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존에는 안전운임위원회(표준운임위원회) 구성이 공익위원 4명, 화주 대표 3명, 운수사 대표 3명, 차주 3명었는데, 이를 공익위원 6명, 화주 대표 3명, 운수사 대표 2명, 차주 2명으로 구성하면서 오히려 차주들의 목소리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야당 "노동자·국민 안전 내팽겨친 정부... 노조 때리기인가"


민주당은 "표준운임제는 화물운송 안전 포기"라고 규탄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7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정부가 화물 운송 안전도, 화물 운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삶도 포기했다"라며 "지난해 화물 파업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뒤끝 작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제성 없는 표준운임제로 화물 운송 안전을 어떻게 담보하겠다는 것이냐"라며 "당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오더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이 순간, 화물 노동자는 과적, 과속, 장시간 운전이라는 죽음의 주행을 계속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기만적인 화물차 표준운임제를 철회하고, 화물 운송 노동자와의 약속을 지키라"라며 "또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통한 민생입법 저지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화물연대 파업 이전에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2025년까지 3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11월 화물연대 파업 이후에는 '안전운임제 폐지'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2월 9일 야당 단독으로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법사위에서 계류된 상황이다.

정의당 역시 정부를 향해 표준운임제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멀쩡히 운영되던 안전운임제를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은 새로운 제도로 바꾸겠다는데 이유도 근거도 불분명하다"라며 "정부의 노조때리기 시범케이스로, 내 말 안 들으니 복수하겠다는 식으로 노동자의 안전, 도로 위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휘저어도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희룡 장관은 표준임금을 통해 화물 기사들의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위 표준임금의 근거는 무엇인지, 타당성과 합리성은 있는지 등 아무런 책임있는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더욱이 화주 책임을 폐지하고 운송사 과태료 부과도 완화하는 등 최소한의 강제력도 없애는 마당에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가 독선과 오만에서 빠져나와 즉각 화물노동자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정부여당이 끝까지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2월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라도 안전운임제 일몰연장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임을 밝힌다"라고 덧붙였다.
#안전운임제 #표준운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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