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상사 대표 김보성
최시연
김 대표에겐 전통주를 좀 더 현대화시켜 소비자층을 넓히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였다. 특히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기존의 도자기에서 유리병으로 바꾸고 라벨 디자인이나 제품 이름도 감각적으로 바꿔 나갔다.
"이 부분에서는 저의 감각을 최대한 발휘해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하늘·바람·별·시'라든가 기존의 복분자를 '정분나다'로 바꾼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는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의리 하면 떠오르는 배우 김보성씨와 함께 만든 '의리남 소주'는 이미 출시됐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인 배우 겸 가수 김민종씨의 히트곡을 주제로 기획한 '하늘 아래서'도 있다. 해병대전우회를 주제로 한 '팔각모 사나이'는 팔각 유리병에 빨간 해병대전위회 모자를 피규어로 만들어 씌울 수 있게 제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비뇨의학과 의사 '꽈추형' 홍성우씨와 함께 '긴 밤을 지나', 영화배우 박철민씨를 주제로 한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기획이 끝나서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 외 아티스트들과 작업 진행 중이다.
"셀럽들과 함께 만든 제품은 그 사람에게 딱 맞는 느낌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김민종씨 같은 경우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프리미엄급의 깨끗한 증류주로 하고, 차별성을 두기 위해 단감을 선택했습니다.
영화배우 박철민씨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권투를 하면서 입으로 내는 소리였어요. 그 액션을 따내어 '바람을 가르는 소리'라는 술을 기획했죠. 지금 소주로 만들려고 진행하고 있어요."
제일 어려웠던 '팔각모 사나이'
김 대표는 "최근에 기획했던 것 중에 제일 어려웠던 술이 '팔각모 사나이'다. 재미있게 시작은 했지만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할지 갈수록 막막했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해병대 전우회 중앙회와 MOU를 체결하고 전우회의 술을 함께 기획하고 만든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군대와 연관된 술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 자신이 해병대 문화를 잘 모르고, 세대별 병역문화의 간극이 너무 컸다. 그는 "너무 해병대답게 만들면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힘들 것 같고, 디자인도 고민이 많았다"라며 "고민 끝에 가장 해병대답게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병도 팔각으로 하고 뚜껑에 씌울 피규어도 해병전우회 모자처럼 붉은색 팔각모로 디자인했다. 메인 소비자층도 일단 해병대를 전역하거나 복무 중인 사람들로 했다. 증류주로 술의 도수는 적당히 높게 33도로 정했다.
SNS에서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저는 공익 나왔는데 궁금해서 구매하고 싶어요', '해병대 몇 긴데 나오면 꼭 사고 싶어요'라는 반응을 비롯해 '해병대 나온 중소기업 사장인데 직원들 선물로 주고 싶어요'라는 전화도 받았다.
술도 목적성이 있다. 선물하기 좋은 술, 개인이 좋아하는 술, 바에서 마시고 싶은 술, 클럽에서 마시고 싶은 술, 때로는 작은 식당에서 마시고 싶은 술 등. 김 대표는 술을 기획할 때 이런 목적을 중시한다.
최근 나온 '행복한 상상'은 금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에 마시는 술로 금요일은 빨간색, 토요일은 파란색, 일요일은 검은색이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니 얼마나 막막하겠어요. 금요일과 토요일 술병의 라벨은 캐릭터들이 즐겁게 춤추는 모습으로, 일요일 술병의 라벨 캐릭터는 월요일 출근을 앞둔 걱정스러움으로 시무룩하게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으로 디자인했어요."
김보성 대표는 "하루를 시작하면 2~3시간은 거의 함봉산 위에 있다. 그때 다양한 생각들을 많이 한다. 나를 통해 나온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획들은 대부분 산에 가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세대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나 유행 등을 다각적으로 민감하게 살피고 반영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유심히 살피고 묻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주 중에는 익으면 문배나무 향이 난다는 '문배주'나, 충남 당진시 면천면의 우물물로 빚은 '면천두견주' 그리고 경주 최씨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경주 교동법주'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막걸리'는 중요무형문화재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됐다. 김 대표는 이런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세계로 수출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취할 목적으로만 마시던 술의 문화는 이제 지나갔다"라며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더해줄 수 있는 자리에서 즐기면서 마시는 것이 술"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주류 문화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