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관련 기업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며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과정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원전을 짓겠다고 공약하면 천만 서울시민은 어떻게 반응할까? 기사 제목을 보고 기겁해서 클릭한 분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정신 나간 청년 정치인은 누구야?'
'탈원전' 때리기에 나선 정부
사실 정신 나간 정치인은 따로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다. 최근 난방비가 급등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한 발 더 나갔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2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난방비 폭등에 관해 묻자 "당장 특별한 대책은 없다"면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는 가격 변동성이 커 원자력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원자력 발전을 좀 더 확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전 확대 주장에 맞춰 최근 윤석열 정부는 고리 2~4호기 등 노후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원전 부지에 고준위 방폐물 임시 건식저장시설 추진도 강행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원전이 안전하다고 믿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난방비가 오르자 탈원전 탓을 하며 원전 확대를 주장할 수 있을까? 정부·여당의 믿음과 달리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게 안전하다면 서울에 지으면 될 것 아닌가.
원전을 서울에 건설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2016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시민 대토론회'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은 한강변에 원전을 짓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 시민 누구도 원전을 서울에 짓자는 데 찬성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 사유로 제일 먼저 불안전을 꼽을 것이다.
서울 원전 건설 반대한다면, 지방 건설도 반대해야
우리나라 원전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지어진 이유는 박정희 정부의 4차 전원개발 5개년계획에서 제정한 '전원개발촉진법(전촉법)' 때문이다. 당시 전촉법에 따르면 원전·석탄발전소 등의 발전시설을 지을 때 주무 부처가 제약 없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방에 대규모 발전시설이 지어졌고, 지금까지 수도권 시민을 위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 주민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밀양이다. 2014년 밀양 할머니들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온몸에 쇠사슬로 두르고 저항했다. 울산 신고리 원전 3·4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밀양에 대규모 송전탑 건설이 추진되자 이를 반대하면서 생긴 사건이었다. 밀양과 비슷한 사례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삼척에 새로 들어설 화력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평창군에 78개의 송전탑이 지어질 예정이다.
전남에서는 매년 태양광·풍력발전 용량이 30~40%씩 늘어나고 있다. 전남의 전력 자급률은 100%를 이미 넘었음에도 해마다 발전 용량이 늘어나는 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수도권 쓸 전기를 위해 지방에 발전소와 송전탑이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에 원전을 지을 수 없다면 지방에도 지어서는 안 된다. 수도권을 위해 지방에 일방적으로 희생하라는 건 너무나도 불공정하지 않은가. 다시 서울 시민들께 묻고 싶다. 서울 원전 건설 공약, 찬성하시겠습니까?
안전하지도, 싸지도 않는 원전은 누굴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