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는 여행하지 않는다 - 나만의 여행 인증법
김상희
애초에 계획한 1년에서 한 달이 빠진 11개월로 여행을 종료했다. 이는 곧 짐 싸고 풀기, 즉 이사를 11번을 했다는 뜻이다. 내가 갖고 있는 한정된 시간 연료로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 우리나라를 여행했다. 여행 후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첫째, 어디든 사람이 살고 있었다. 대도시와 소도시에서 어촌과 시골 오지마을에 살아보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체험하고 관찰했다. 더불어 나 또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보다 정주본능이 강한 남편조차 '현재 내가 사는 곳에 미련이 없다'라고 했다. 언제 어디든 상황에 따라 마음내키는 대로 1년씩 2년씩 옮겨 살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었다.
둘째, 국내도 넓고 갈 곳이 많더라. 우리 땅도 아름다운 자연과 의미 있는 건축물을 무수히 품고 있었다. 외국 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내 나라 내 땅 곳곳을 걸어보라. 나라 사랑이 저절로 생겨날 것이다.
셋째, 깨끗하고 치안 좋고 편리한 우리나라 만세!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얼마나 쾌적한지 놀랐다. 가는 곳마다 깨끗한 무료 화장실에, 저렴한 입장료, 정확한 대중교통, 시설 좋은 공공도서관... 곳곳에서 만나는 '증대된 공공성'은 여행자를 행복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