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최근 검찰이 국회의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국회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어, 수사단계에서의 구속요건을 다시 생각해 본다.
검사가 장기간·광범위하게 압수수색… 인멸할 물적 증거는 거의 없어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요건을 인정하고 있다. 먼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범죄혐의는 '현저한혐의'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물론 이러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추가 구속 사유도 있어야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도망이나 도망할 염려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증거인멸은 인적 증거(목격자인 증인이나 공범의 진술, 그들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 물적 증거(범행에 사용한 물건 등)에 대하여 부정한 영향을 미쳐 진실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 수사와 같이 검사가 장기간· 광범위하게 물적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등을 한 경우, 이재명 대표가 인멸할 수 있는 물적 증거는 거의 없어 인적 증거의 인멸이 주로 문제될 것이다. 예를 들면, 공범자, 증인 등(아래 증인)에 대한 허위진술 부탁 등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미국이나 독일에 비하여 증인이 자기의 목격담을 기재한 서류 및 검사나 정부기관, 친구를 비롯한 제 3자가 증인의 목격담을 기재한 서류나 녹음한 녹음테이프 등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증거능력이란 어떤 증거가 유죄 인정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말하며, 판사는 이 자격이 있는 것을 전제로 그 증거가 신빙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미국·독일의 경우 : 증인의 목격담으로 유죄를 선고하려면
미국에서는 증인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으면서 자기의 목격담을 진술하고 수사기관이 목격담을 서류에 기재하거나 녹음한 경우(①), 증인이 수사 시작 전에 목격담을 스스로 적은 자술서나 증인이 수사기관이 아닌 정부기관, 친구 등에게 목격담을 말하고 그들이 목격담을 서류에 기재하거나 녹음한 경우, 그 서류나 녹음테이프(②), 증인이 본인 재판을 포함하여 다른 재판의 판사나 배심원앞에서 목격담을 이야기하여 그 목격담이 공판조서에 기재되거나 녹음된 경우(③)에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그 이유는 피고인이 재판받는 법정에서 증인이 목격담을 진술하지 않아 피고인이 증인을 반대 신문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목격담이 담긴 서류, 녹음테이프는 증거 능력이 없다. 즉, 이러한 증거는 모두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을 배심원 앞에서 피고인이 대질신문할 수 있는 미국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여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연방대법원 Crawford v. Washington 판결참조).
독일 형사소송법 제250조도 원칙적으로 검사가 증인의 목격담으로 피고인의유죄를 증명하고자 하면, 증인이 사망하거나 질병으로 법정에 출석할 수 없을 때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정에서 증인을 신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독일 판사가 증인의 목격담으로 유죄를 선고하려면, 서류나 녹음테이프의 내용으로는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재판받는 법정에서 증인의 목격 진술이 필요하다. 이 원칙은 수사기관 서류뿐만 아니라 ③과 같은 법관의 조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증인의 목격담으로 유죄 선고 가능… 구속사유 인정에 신중 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