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목성에 대한 구애(?)한 달 동안 금성이 목성 방향(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1월 중순경에는 30도 이상 떨어져 있던 두 행성이 3월 2일의 만남을 기약하고 있다.사진제공:심채철(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심재철
밤하늘에서 별처럼 보이는 천체 중 최고로 밝은 금성과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목성이 3월 2일 초저녁 서쪽 하늘에서 만난다. 요즘 초저녁 서쪽 하늘을 보면, 붉은 저녁노을이 시작되는 지평선 위의 파란 하늘에서 밝은 별 두 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둠이 먼저 찾아오는 초저녁 동쪽 하늘보다 서쪽 하늘에서 별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일등성의 별(항성)보다 훨씬 밝은 금성 또는 목성이 초저녁 서쪽 하늘에 위치할 때, 어두운 동쪽보다 밝은 서쪽 하늘에서 별이 먼저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니 요즘 어둠이 시작되기도 전 붉은 노을의 서쪽 지평선 위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천체는 별이 아니라 목성과 금성이다.
3월 1일까지는 금성이 목성보다 지평선 가까이에서 보이고, 3월 2일에는 목성과 금성이 0.5도(달의 크기 정도)까지 근접하며 부딪힐 듯 가까이서 만난다. 달의 시직경(눈으로 본 크기)이 약 0.5도이니 목성과 금성이 저 배율의 천체망원경으로는 한 시야에서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다.
3월 3일부터는 금성이 목성을 지나치며 별자리를 기준으로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두 행성의 애틋함을 뒤로 한 채 점점 멀어진다. 금성은 서쪽 지평선을 차고 오르며 점점 높아지지만, 목성은 하루에 약 4분씩 일찍 지며 일몰 후의 지평선 근처로 접근한다.
3월 말이 되면 목성은 저녁노을의 붉은 빛에 가려지며 보기 힘들어지지만, 금성은 계속 서쪽 지평선 위로 고도를 높여가기 때문에 홀로 서쪽 하늘을 호령하는 천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