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콘텐츠입니다.
언스플래시
답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출간에 대한 인지 부족은 둘째 치더라도 대다수 초보 작가가 간과하고 있던 그것.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분명한 이유 하나였습니다. 여러 요소가 개입되지만 개중 출간에 가장 중요한 요소 바로 '시의성'입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시의성이란 당시의 상황이나 사정과 딱 들어맞는 성질입니다. 그러니까 시대와 딱 떨어지는 성질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어쩌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시의성'보다 찰떡처럼 쫙쫙 붙을지 모르겠습니다. #시대성, #트렌드, #타이밍, #요즘, #하필 요즘, #유행, #붐, #최근 대중에게서 줄곧 회자되는 키워드. 출간 시의성이란 대략 이러한 종류의 것들을 일컫습니다.
그렇다면 시의성이 왜 중요한 요소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의외로 답은 간단합니다. 책은 책이기에 앞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란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저작물, 창작물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고 여기에는 책에서 전달하는 정보도 포함합니다.
특성상 콘텐츠는 시대를 탑니다. 미디어에서 접하는 콘텐츠만 봐도 잘 아시겠지요. 콘텐츠는 흐름이라 시대에 따른 소비 성향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콘텐츠는 콘텐츠에 영향을 주며 한때를 풍미합니다.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의성, 그것이 중요해집니다. 시의성이 콘텐츠가 지닌 차별화를 이기는 정도이므로 별 다섯 개 표시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그럼에도 시의성을 앞서는 절대 요소는 인플루언서가 쓴 책 아니겠냐며. 어쩌면 인플루언서도 당대를 대변하는 시의성의 표식일 수도 있겠죠?) 왜 그러하냐면 시의성, 즉 요즘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곳에는 수요가 생기기 마련이라 그렇습니다.
그 수요를 따라잡기 위한 출간물의 반향이라고나 할까. 결국 수요가 있는 곳에 출간이 용이해질 수밖에 없는 건 수요공급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가령 아프간어 책을 출간하려는 의지와 영어 책을 출간하려는 의지가 같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스테디셀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책은 콘텐츠라 흐름을 타고 이는 시의성과 직결된 문제라면, 시대불문 사라지지 않고 현존하는 고전은 어떤 이유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인가. 개인적으로 스테디셀러가 된 책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본연 혹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도 다 그 때문 아닐까요. 시대와 시대상은 달라져도 인간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건강과 부와 사랑을 쫓으며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 그 개연성은 인간을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진리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진리'인 걸요.
늘 말하지만, 시의성이 덜 가미된 초고는 부족하다거나 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단지 상업출판에 있어 계약 시 유리하다는 것. '왜 내 초고는 계약이 더딜까' 가진 의문에 대한 답 하나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썼을 뿐.
그러니 여러분 쓰고자 한 주제 글에 시의성이 부족한 거 같다며 책 쓰기를 멈추지 마세요. 무엇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주제가, 시의성에 적합할지 아닐지는 시장에 몸 담고 오래 관망한 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 초고가 지닌 위엄이 시의성을 뭉개버릴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시나리오 아닐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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