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유족의 요청을 받은 재미교포 이기동씨가 희생자인 미국인 청년 2명의 사진과 국화꽃을 놓았다. 한국에 오지 못한 유족과 지인들에게는 사진을 찍어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우성
애초 이태원 1번출구에 위치했던 추모 공간은 녹사평역으로 이전됐다. 이후 지난 2월 14일에는 녹사평역에 있던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가 서울 시청광장 시민분향소로 통합 이전됐다.
추모 공간이 사라지자 이태원 지역에 추모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의 수도 자연스레 줄은 듯했다. 실제 기자가 현장을 살펴보니, 추모 자체를 목적으로 이태원에 방문하는 이들은 드물어 보였다.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서 추모 포스트잇을 작성하는 이들은 보기 힘들었다.
시민 A씨는 "아직은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라며 "애도를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 들어서자 외국인 커플과 일부 거주민들만 오가고 있었다. 임대 문의가 붙은 가게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문을 닫은 듯 보이는 한 술집의 입구에는 수도요금청구서만 외로이 끼워져 있었다. 이 거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B씨는 "참사 이후 찾는 손님들의 수가 줄은 것이 체감된다"고 밝혔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 발길이 끊긴 이태원 일대에 이따금씩 찾아오는 추모객들의 존재는 상인들에게 버팀목이기도 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에서 잡화점을 10년째 운영해 오고 있던 남인선씨는 "참사가 발생한 이후부터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난방비와 전기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해 버티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변 상인들은 이태원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추모 공간의 부재를 뽑기도 했다. 남씨는 "추모 공간이 별도로 없다 보니 골목길에 잠깐 들렀다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아쉬워했다.
최근 시민분향소가 철거된 녹사평역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녹사평역에 추모 공간이 있었던 자리는 허허벌판이었다. 한때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들이 고이 놓였던 텐트와 천막들은 없어졌고, 위안부 소녀상만이 외로이 서 있었다. 녹사평 분향소가 있었을 때와는 달리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 자체가 적었다.
이곳의 상인들 역시 추모 공간 철거의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추모 공간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에 들어섰지만 단 한 명의 손님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작년 7월에 개업해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 사장 C씨는 "참사가 발생한 직후 평소에 방문하던 단골손님들이 이 장소를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녹사평역에 추모 공간이 생기고 나서부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C씨는 "유가족, 자원봉사자, 시민들, 기자단, 유튜버, 정치인 등 많은 손님들이 카페를 많이 찾았다"고 부연했다.
"국가가 직접 추모 위한 공간 마련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