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3·1절 기념사 역사인식 우려 표명 여부(3/2)
민주언론시민연합
경향신문은 <균형감 없는 대일 인식…'강제동원 피해 협상' 조속 매듭 속내>(3월 2일 유신모 기자)에서 "선후가 바뀐 역사 인식을 드러낸다"며,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것에는 우리 잘못도 있다는 점을 말하려면, 국권을 침탈한 일본의 잘못을 먼저 언급했어야 하지만 이를 생략"하면서 "'우리도 잘못했다'는 반성이 아닌, '우리가 잘못했다'는 자학이 기념사의 주요 내용이 돼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사설/일본에 반성·사과 요구 없는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3월 2일)에서는 "조선이 일본 지배를 받게 된 데는 조선 사회 내부 요인도 있었지만 일본의 침략 등 외부 요인이 컸다는 점에서 균형감각을 상실한 역사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한겨레도 <일본 책임 묻긴커녕…"우리가 세계변화 준비 못해 국권 상실">(3월 2일 정인환 기자)에서 "(윤 대통령 기념사는) 일제 식민지배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우리 내부 책임이란 주장으로 읽힌다"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는 과거사 인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일보와 매일경제는 각각 "'(일본) 침략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말투'라는 비판도 만만찮았다", "(일각에서 윤 대통령 기념사에 대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라는 비판을 제기했다"는 내용을 전하긴 했지만, 윤 대통령 역사인식에 대해 독자적으로 우려나 비판을 표하지는 않았으며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는 관련해 시민과 전문가의 비판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 식민사관 유사 기념사 오히려 칭찬? "대승적 자세로 현안 풀어야"
중앙일보는 <사설/"협력 파트너" 윤 대통령 제안에 일본의 화답 기대한다>(3월 2일)에서 "'세계사의 변화에 따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유 진영과 독재 진영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하는 현실" 속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맥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식민사관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은 윤 대통령 기념사를 오히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에서 불가피한 외교적 선택'으로 추켜세운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미래를 주도할 한‧일의 청년(MZ)세대는 오히려 과거에서 벗어나 상대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키워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온다"며 한‧일 양국이 "과거 관성이나 정치적 이해에서 탈피해 공존과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큰 방향을 제시"하고 "전향적‧대승적 자세로 현안을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중앙일보가 언급한 여론조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2월 27일 발표한 <청년세대(MZ) 대상 한일관계 인식 설문조사>로 보입니다. 전경련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남녀 온라인 패널 626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한일관계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해당 조사는 질문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분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가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선행과제' 등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여러 번 언급하면서 사실상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응답자에게 계속 인식시키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에 따라, 응답자들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우선가치로 두고 답하기 쉬운데요. 그런데도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1.6%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분야로 '한일 상호 공통의 역사 인식 조성 노력'을 꼽았습니다. 중앙일보는 해당 조사의 청년세대 응답을 근거로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사죄 촉구'를 '과거 관성'이나 '정치적 이해' 정도로 폄하했지만, 정작 청년세대는 올바른 한일관계를 위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입니다.
조선일보, 한국 선진국 됐으니 일본 과거사 반성 요구 말라?
조선일보는 더 황당한 주장을 내놨습니다. <사설/한국 이제 과거사 싸움해야 하는 수준은 넘어선 나라다>(3월 2일)에서 "이제 한국도 선진국"이고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섰다"며 여러 사례를 들었는데요.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2020년에 이미 한국이 일본보다 높아졌다", "IT 산업이나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을 압도"했고 "일본의 국민 메신저라는 '라인'도 네이버가 만든 것", "'K웹툰'은 일본 '망가(만화)'의 아성을 무너트렸고, BTS와 '오징어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는 일본의 문화 산업을 뛰어넘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나라에서 정치인들은 일본 얘기만 나오면 적개심을 터트려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설 만큼의 선진국이 됐으니 일본에게 과거사 반성이나 사죄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들리는데요. 이어 "이전 정부에서 봉합했던 과거사 문제들을 헤집어 불필요한 외교 갈등을 자초"했고, "'노 재팬' 같은 반일 선동을 부추겼다"며 "해방 직후 신생국에서 있었을 법한 일"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문을 도출했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위안부 피해자는 물론 많은 시민들로부터 '밀실·졸속·굴욕 협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 뜻과 무관하게 이뤄진 합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2018년 11월 21일 일본과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금 세상에 나라 팔아먹는 친일파가 어디 있나"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