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산방 일지매, 꽃눈이 맺힌 나뭇가지.
성낙선
운림산방은 '일지매'가 유명하다. 소치기념관 앞 잔디밭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옆으로 길게 가지를 뻗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일지매는 '대흥사 일지암'에 머물던 초의선사가 허련 선생이 진도로 돌아와 살면서 만년에 운림산방을 지어 올린 걸 기념하기 위해 선물한 매화나무의 자손이라고 한다. 원래의 매화나무는 1995년에 수령 187년으로 수명이 다해, 나중에 그 자손 중에 한 그루를 이곳에 옮겨다 심었다는 얘기다.
일지매는 초의선사가 머물던 작은 암자인 '일지암'에서 따온 말이다. 조선시대 의적(그냥 도적에 불과하다는 설도 있다)으로 등장하는 '일지매'나, 일제 강점기에 가면을 쓰고 항일운동을 벌이던 가상의 인물인 '일지매'와 혼동이 생길 수도 있는데, 운림산방의 일지매는 그들 일지매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 그래도 일지매하면, 은연중 머리 속으로 매화꽃이 활짝 핀 나뭇가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아쉽게도 운림산방 일지매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다만 나뭇가지에 잔뜩 꽃눈이 맺혀 있는 걸로 봐서는, 날이 좀 더 따듯해지는 3월 초순에는 꽃망울을 터트릴 것으로 보인다. 일지매 말고도, 운림산방에는 '이름 있는' 매화나무가 여러 그루다. 운림지 주변과 운림사 쪽으로 '운림소매', '소치매', '운림매', '운림원앙매' 등 고유의 이름이 붙은 매화나무들이 있다. 그 나무들 역시 채 꽃이 피지 않았다. 하지만 운림산방에서도 봄기운이 물씬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