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계획 관련해 발언하는 김상협 민간위원장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탄중위는 "청년, 노동자, 시민사회 등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들썩들썩떠들썩, 2023). 탄중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거버넌스 제도인 것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탄중위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탄중위가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체제의 유지를 위한 정부와 자본의 논의 틀이라는 비판, 사회적 합의와 숙의가 정부 책임의 외주화로 기능한다는 비판, 탄중위의 기준과 목표치에 대한 비판 등이 존재하며, 시민사회의 탄중위 불참 후 기후정의행동으로 가시화 되었습니다(
구준모, 2021)(
오연재, 2021).
다른 한편으로는 숙의와 결합된 더 나은 사회적 대화, 즉 정부와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하는 거버넌스와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한 예로 영국의 기후시민의회는 추첨으로 구성된 시민들의 모임으로 숙의 공론장을 거쳐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 보고서가 의회 정책 권고안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후정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습니다(
들썩들썩떠들썩, 2023). 탄중위는 법으로 다양한 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분과의 설치는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입장에는 다양한 계층의 주장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민주적 테이블을 거치지 않고서는 기후정의의 진전이 어렵다는 전제가 작동합니다. 민간위원, 협의체, 시민회의, 공론장 등 다양한 층위를 포함하는 거버넌스 구성의 시도는 그 자체로 바림직한 것입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을 거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권오현, 2023).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탄중위는 정권과 시민의 지지에 따라 제한적인 목표라도 설정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하고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힘이 되거나, 형식화 된 정부 정책의 정당화 기제가 되거나 하는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시민참여 제도가 됩니다.
탄중립위를 둘러싼 대립하는 시각들은 나름의 이유와 독자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비전과 탄중위의 기준 및 목표가 제한적이라는 주장,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공론을 형성하고 제도화 하는 거버넌스의 필요에 대한 주장은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옳은 것이 될 수도 있고 그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때로 공허한 구호로 그치고, 후자는 때로 시민 없는 제도의 형식화로 귀결됩니다.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기후정의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적 압력, 그리고 그와 결합된 정치적 제도화를 이뤄야 합니다. '기후정의행동'과 '탄소중립 거버넌스'의 간극을 좁히는 집단적 실천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체제의 전환이 어려운 양당정치체제 내에서라면, 특히 더 거버넌스 제도 안팎에서의 시민 활동을 활성화 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제도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이 제대로 대의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선거에서 정당이 받은 표와 의석수에서의 차이가 큰 불비례성, 공고한 양당체제, 그로 인해 시민들이 대의가 되지 않는 점이 문제입니다(
기후활동가 아빠, 2023).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하더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되고 작동된다면, 양당제가 아니라 다당제로 이동 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응의 가능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공정한 의석배분, 다양한 목소리의 반영, 정책의 질 향상, 지역구도 완화를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제 국가들은 "환경정책에서 더 엄격"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대체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비례대표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9.5%, 승자 독식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5.5%라는 수치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기후활동가 아빠, 2023).
민주주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하는가?
이처럼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는 여러 얼굴들을 가지고 있고, 서로 대면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기후위기는 생산력을 중시하고 경제성장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개발 자본주의로 인해 심화됩니다. 시민의 집합적 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토대입니다. 기후정의를 위한 정치 제도화를 강제하기 위한 시민의 집단적인 압력 없이는 체제의 구조적 힘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은 집단적인 역량을 강화합니다. 특히 2016년 촛불시위와 같이 시민의 거대한 직접행동은 국가와 자본에 의한 독점 권력을 극복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복원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 힘은 정치 제도 차원의 민주주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일 때 체제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양당독재체제에서는 정치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의 할 동기가 적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잘 대의하는 제도정치적 조건을 마련할 때 기후정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시민행동과 제도정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적인 두 차원입니다. 분리되어 있다면 시민행동은 휘발되고 제도정치는 형식화되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를 매개하고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시민참여적 제도화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다양한 주체를 대의하는 거버넌스 제도의 구성, 집단적인 시민들의 숙의 공론화를 구현하는 공론화 제도의 구성은, 시민행동이 제도화되고, 제도정치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실질적인 힘입니다. 물론 거버넌스와 공론장 제도 또한 시민행동이 없을 때 형식화 될 수 있고, 제도정치적 조건이 부재할 때 시민행동의 하나로 환원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한 차원으로 환원하기보다는, 민주주의의 여러 차원을 일직선상에 놓고 생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연계된 힘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할 때 기후정의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정한 국면에 민주주의의 어떤 차원이 강조되어야 할 지는 시민의 숙의, 그리고 시민의 집합적 힘에 달려 있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정치 조건 하에서 다양한 시민 활동을 통해 역량강화된 시민들과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들이 공론장에서 숙의하여 공론화 하고 거버넌스를 통해 목소리를 낼 때, 기후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기후정의를 위한 제도화, 더 나아가 체제 전환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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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실현을 향한 민주주의, 핵심은 시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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