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정밭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던 묵정밭
정병진
밭 위에 솟아난 마른풀들을 걷어낸 곳부터 괭이질을 시작하였습니다. 안 하던 괭이질을 하려니 금방 지쳐 쉬엄쉬엄하였습니다. "관리기가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라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다, 관리기 사용하는 사람이 '유기농'은 어찌 하겠나!"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꼭 관리기를 써야 한다면 동네 아저씨들이나 시청 농업기술센터에 부탁해 빌릴 수도 있을 겁니다. 관리기로 밭을 일구면 훨씬 편하겠지요. 하지만 편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차라리 수고스런 농사를 안 짓는 게 나을 겁니다.
마른 잡풀을 지난주 먼저 제거해 둔 상태의 밭을 괭이질하는 건 그래도 할 만하였습니다. 오늘 가장 힘든 작업은 잡풀이 우거진 묵정밭을 새로 일구는 일이었습니다. 잡풀이 자잘한 크기라면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조금만 닿아도 옷에 여기저기 달라붙는 '옷도둑'이란 풀이 곳곳에 있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