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학교' 7학년 신입생이 됐습니다

[참가기]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평생학습

등록 2023.03.22 10:37수정 2023.03.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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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학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평생학습센터이다. 서울시 금천구에 있다.
모두의학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평생학습센터이다. 서울시 금천구에 있다. 이혁진
 
엊그제 7학년에 입학했다. <모두의학교> '7학년 교실'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시 평생학습센터인 모두의학교는 여러 세대가 모여 서로 배우고 배움을 익히는 기관이다.


7학년 교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 신입생 모집요강을 보고서야 '노년들이 초등학교 6학년에 이어 새로 배운다'는 조어다. 실제로 입학식은 초등학교 입학 분위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나이 70 전후로 보인다. 90세도 있다. 여기서는 학생을 '시민참여자'라 부른다. 20명 내외 학생들은 거의 여성이다. 남성은 나를 포함해 3명인데 단출하다.

7학년 교실에서는 이른바 '소프트스킬'을 배운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팀웍, 리더십 등 역량을 말한다. 필요 역량은 스스로 자신을 돌보게 하고 이는 자존감을 키워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7학년 교실은 전국에서 처음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소풍과 방학이 있고 별도 졸업식도 갖는다. 일주일에 하루 두세 시간 11월까지 비교적 긴 수업 일정이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시범 사업이 끝나면 내년에 서울시 25개 구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들의 성실한 학습 특히 출석율을 제일 강조하고 있다.


강사들은 학생들에게 <영상자서전> <집단상담> <내몸진단> <시니어라인댄스> 등 고령자들에게 특화된 커리큘럼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강사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입생들은 통성명을 하면서 교실 수업이 벌써부터 재밌고 설렌다는 반응이다. 또 어떤 분은 초등학교 시절 추억 때문에 신청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벌써 교실 분위기를 장악한 듯 보였다.


무엇보다 학생 모두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또한 배움에는 나이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건강한 표정들이다. 똘망똘망한 모습에서 기어코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부러웠다.
 
 7학년 교실 신입생 현장
7학년 교실 신입생 현장이혁진
 
나 또한 배우려고 왔다. 은퇴 후 집에 틀어박힌 생활이 무료하고 건강이 염려됐던 터, 내 또래 학생들의 활발한 삶에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얻어볼 생각이다. 인문학의 가치는 경험과 실천하는 데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맞춰 노인들의 다양한 재교육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7학년 교실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을 이용하지 않거나 거리를 두는 고령자를 위한 '틈새교육'으로 안성맞춤이다.

이제는 평생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초고령시대이다. '웰다잉' 커리큘럼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다. 전문가들이 노후생활에서 평생교육을 의무이자 필수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평생교육 현장에서 '여초현상'이 두드러진다.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도 여성이 압도적이다. 반면 남성은 소외되고 관심 밖에 머물고 있어 이들을 참여시키는 대책이 시급하다.

평생교육은 궁극적으로 참여자들간 소통과 지역사회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평생교육의 모토가 원활한 소통에 있다면 남녀 구성비 균형이 어느 정도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7학년 교실은 무료로 운영된다. 여기서 의문 하나, 7학년 교실에 남성들은 왜 참여율이 낮고 소극적일까. 남성들은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입학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그 의문이 바로 풀렸다. 한 여성 신입생이 학교카페에 있는 남성 노인들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왜 여기서 커피만 마셔요? 우리처럼 7학년 교실에 입학하시지 않고요?"

모두의학교 담벼락 밖에는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촌로 대여섯 명이 햇볕을 쬐며 신입생과는 사뭇 다른 세상을 즐기고 있다.

나이 들어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무기력한 삶이다. 행복은 내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도 뒤늦게 깨닫는다. 7학년은 이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다시 배우는 7학년 교실 입학은 건강과 행복을 위한 도전이다. 벅찰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꾸준히 다녀야 할 명분이 생겼다. 성찰하고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준 모두의학교에 감사한다.
#모두의학교 #7학년교실 #평생교육 #고령사회 #소프트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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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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