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경기 용인중앙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한 골목길에서 이따금 구수한 빵 냄새가 풍기지만 빵집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살피니 '수선하는 인옥씨'라는 간판 아래 손으로 직접 쓴 "빵 나왔어요"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그 안에서 백인옥(66세)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서오세요."
15년 동안 옷 수선집을 운영하는 그녀는 약 3년 전 딸의 제안으로 38년 동안 머물렀던 의정부 생활을 접었다. 현재는 딸이 사는 용인으로 이사 와 옷 수선집을 하고 있다. 3년도 채 되지 않은 그녀의 수선집은 이미 동네 사랑방으로 유명하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죠.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었어요. 식사 시간만 되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삼겹살 파티를 했어요. 한두 번 본 사람이라도 들어와 밥 먹고 가라 하면 넉살 좋은 사람들은 들어와서 밥 먹고 가거든요."
붙임성 좋게 먼저 다가간 탓인지 낯선 곳에 와서도 어색함이 없는 그녀의 수선집에는 옷 수선을 맡기는 손님뿐만 아니라 지나가다 들르는 사람도 많았다.
"예전보다 옷 수선집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게에 손님이 꽤 있는 편이에요. 그리고 몇 달 전부터 제가 건물 반장을 도맡아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을 관리하고 있다 보니 심심찮게 들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빵을 굽기 시작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아 직접 먹을 빵을 구운 것이다.
"일하다 보면 밥 챙겨 먹기 힘들어요. 이거만 끝나고 먹어야지 이러다가 손님 오면 못 먹고, 밥 먹으러 들어가면 또 손님 오고. 근데 빵은 한번 구워 놓으면 간단히 집어 먹기 좋잖아요. 그래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먹을 생각으로 설탕도 덜 넣고 소화도 잘되는 통밀 식빵을 만들었죠.
만들다 보면 또 하나만 만들 수 없잖아요. 넉넉히 만들어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었죠.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 통임, 견과류, 건포도 살 거 많은데 하루는 딸이 땅 파서 장사하느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판매하기 시작했죠. 판매는 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거의 없어요. 원가만 거두는 셈이죠. 그래도 좋아요."
졸지에 옷 수선집이 통밀식빵까지 파는 집이 된 것이다. 그녀는 색소폰, 수영 등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에게 1순위 취미는 빵 만들기다. 건강한 재료를 듬뿍 넣어 빵을 굽고 나눠줄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백인옥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