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지나간 자리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집(2023.4.12.아침)
진재중
거친 불길이 상처만 남기고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주민들은 하늘을 원망했다.
조금만 더 일찍 비가 내렸더라면, 바람만 불지 않았더라면... 몇 년 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똑같은 피해를 또 다시 입었다며 한결같이 하늘을 원망했다. 12일 아침 일찍 찾아간 산불 현장은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고, 미세먼지 속에서도 어제 미처 챙기지 못한 집기를 찾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어제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하늘이 원망스럽지만 그나마 투숙객이 피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다"라며 "뭔가 남아 있는 게 있을까 해서 새벽부터 나와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8시 20분께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시작된 불은 8시간만에 진화되었지만, 산림과 주택·숙박시설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12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0분께까지 주택 68개소, 펜션 26개소, 호텔 등 숙박시설 7개소, 문화재 1개소, 기타 23개소 등에서 피해 접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포 해변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였던 사천 일대가 검게 변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