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은행나무
김지윤
함양이 아예 생소했던 것은 아니다. 할머니 댁인 함양 백전에 가끔 올 때마다 좋았다는 지윤씨. 그 덕분인지 함양에서 혼자 사는 삶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함양에 오면서 처음 혼자 살게 됐어요. 부산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거든요. 부모님의 귀촌 계획이 있어서 집을 지으셨는데 부모님은 안 오시고 제가 와서 살고 있어요.
최근에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적이 있거든요. 카페 내부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휴무도 이틀로 늘리면서 삶의 질이 많이 좋아졌어요. 매주 부산에 갔기 때문에 문화생활에 결핍이 없었던 거지만 문화생활을 위해 매주 부산에 갈 일은 없을 거예요. 나만의 시간이 늘어나면 함양에서 여유를 즐기는 방법을 찾게 될 거예요. 부산에서 말고요."
아무리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함양이 청년에게 마냥 좋은 공간일 수는 없다. 함양읍에서 필라테스 학원에 다녔던 때도 있었지만 카페 마감 하고 등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마저 읍에 편중되어 있다. 읍에서 떨어진 서하면에서 살면서 다양한 삶을 즐기긴 어렵다.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전부 부산에 있다. 부족한 삶이 반복되다가 4년 차가 되고서야 지역청년모임에 닿을 수 있었다.
"매번 외로운 건 아니었지만 지나가면서도 문득 외로움이 스며든 적이 많았어요. 만나는 사람은 손님밖에 없었거든요. 지치고 힘든 날이면 부산에 있는 친구와 오래 통화를 했어요. 그러다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를 알게 되었어요. 재밌는 모임인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 외에 친구들도 부산에서 주기적으로 놀러 오기도 해요. 그래서 크게 힘들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시골이 주는 자연의 매력이 있다는 지윤씨. 산책하며 들리는 새소리나 물소리, 카페 인근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가 주는 평화로움이 큰 만족이라고 한다.
지윤씨는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언젠가 산청휴게소에서 산청 홍보영상이 나오는 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함양의 자랑거리를 떠올렸어요. 함양에 청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 조용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함양에서 살기 좋은 거 같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기타도 배워보고 스쿠터도 타는 그런 삶을 살고 있어요. 자연 속에 있는 이 카페가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친구들도 물어봐요. 언제까지 카페를 할 거냐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지만 계속 이 카페를 할 거 같아요.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더 많이 성장했으면 해요."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가 있는 마을이 카페와 함께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는 지윤씨. 앞으로의 목표는 직원을 둘 수 있는 카페가 되는 것. 작게나마 일자리 창출을 해서 지역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지윤씨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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