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외국어' 겉표지
위고
수많은 '아무튼' 시리즈 중 고른 책은 '아무튼, 외국어'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제가 '태국어과' 졸업생이기 때문입니다. 태국어과 졸업생임을 웬만하면 숨기고 사는 저에게 알맞은 책이었습니다.
태국어란 20여 년 전에 대학 입학 도구로 사용되었고, 입학 후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잘 하지 못한 언어입니다. 태국어에 대한 아련함과 콤플렉스가 인생 전반에 걸쳐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잘 하길 갈망하지만 배우기 위한 시간을 안배하지 않습니다. 마치 언젠가는 '55' 사이즈가 되고 싶지만 눈앞의 음식을 보면 참기보다 맛있게 먹는 저의 태도와 같습니다.
'잡담 중에라도 대학 때 전공 얘기가 나오면, 화제를 바꾸고 싶어진다'라는 책 속의 구절을 보면 마치 제 이야기 같아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불문과를 나와서 잘 풀렸네요?'라는 반응을 듣는다는 작가의 이야기에는 부러움이 서리기도 했습니다.
대신 "어떻게 그 과를 나와서 이 쪽에서 일을 해요?"라는 반응은 저도 종종 받았습니다. 공감이 되기도 하고 나의 상황과 비교하기도 하며 읽다 보니 이 작은 책을 완독 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원어민 교수님이 지어준 소중한 이름을 아예 잊고 살았다는 사실 이 떠올랐습니다. 동기가 교수가 된 마당에 저는 한때 불렸던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심지어 그 시절 제 이름을 그 어디에도 기록해 놓지 않았습니다.
점수에 따라 학과가 아닌 대학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4년 내내 적성에 맞지 않은 공부를 하며 괴로웠었습니다. 또한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로 취업을 했기에 굳이 내세울 만한 전공도 아니었습니다. 4년 힘들기만 했고 그 시절의 경험이 인생을 사는데 전혀 도움 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그 시절을 기억 속에서 지우고 살았습니다.
책을 통해 저의 과거를 마주하며 제가 잊고 살았던 저를 마주했습니다. 끝내 저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그 시절 나를 더 이상 숨기지 말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아무튼, 외국어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조지영 (지은이),
위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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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맞벌이, 지금은 전업주부
하지만 고군분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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