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2년 4월 27일 가덕도신공항 예타 면제에 반발하는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부산환경회의 소속 단체 회원들이 부산시청 광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보성
이미 예타는 재정책무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본래 제도적 취지에 너무 멀리 벗어나 운용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61조원, 박근혜정부 25조원, 문재인정부 120조원, 2008년 이래로 무려 206조원어치 사업에 대해 예타가 면제됐다.
핵심은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이다. 국가재정법 38조 2항 10호,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해서 국무회의 거쳐서 확정된 사업'조항이 예타 면제에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다. 자료 제출 기준도 규정된 게 없어 면제 사유가 타당한지 검증도 어렵다. 10호에 따른 예타 면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극심했는데, 2021년까지 예타 면제건 97조원 중 이 '국무회의 면제'건이 78조원에 달한다.
신공항이 대표적이다. 사업비가 13조 5천억원인 가덕도 신공항은 국토부 사전타당성조사에서는 비용대비편익비율이 0.6도 되지 않았다. 탄소중립 시대에 단거리 항공을 세계적으로 규제하는 시대임에도, 현 15개 공항 중 10개 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평균 활주로 이용률이 5%도 되지 않음에도, 무려 10개의 신공항이 추진 중이다. 예타제도 시행 이후 국토부가 올린 공항 계획은 모두 예외 없이 예타 대상이 됐고 미통과 사례는 없다. 타당성이 부족하다 싶으면 새만금이나 가덕도처럼 예타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과연 25개의 공항이 필요한 건지 대한민국은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
한편 예타 면제는 소각장 같은 기피시설 관철을 돕기 위해서도 활용된다. 지난 10년 동안 16개 쓰레기소각장, 총 2조 2천억원 사업에 대해서는 전부 예타가 면제됐다. 국가재정법 38조 2항 8호, 이른바 '법령에 따라 추진하여야 하는 사업'이라는 조항에 따르는 것이다. 이는 사업 추진 주체인 행정부나 지자체가 마음대로 판단한 사업타당성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된다. 서울시의 일방 추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마포구의 6653억원 규모 쓰레기소각장 사업 역시 관례에 따라 예타가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 민주주의 위기의 한 단면이다.
필요한 건 예타 완화 아닌 예타 개혁
예타의 비용효율성 편향이 지역균형 가치를 무시하고 미래지향적 결단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인구가 부족해 타당성이 늘 낮게 나오다보니 필수 인프라가 깔리지 못하고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경부고속도로도 당시 기준에서 타당성 자체는 매우 낮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산업발전의 골간이 됐듯, 예타조사 결과가 금과옥조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예타 기준 상향이라는 양 당의 해법은 이런 편향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도피하는 방식이다. 정치가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가치를 경합시키는 심의 기능을 포기한 채 예타결과에 사실상 최종판단의 권력을 쥐어줬기 때문에 비롯된 문제를 뒷구멍을 넓히는 식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예타 결과와 면제 사유를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 수준을 높이고, 책임감 있는 재정운용 원칙을 바탕으로 전문가나 관료주의를 넘어 국회와 국민의 참여까지 보장되는 예산배분의 의사결정 구조를 세우는 입법이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직시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국회의원과 지자체의 사업유치를 원활하게 하는 기능을 확보하는 것으로 자족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필요한 건 예타 완화가 아닌 예타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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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추구한다며 예타 면제 골몰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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