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다녀온 서울 강북구 솔밭근린공원. 산속 사찰같이 편안한 정자가 있다.
김종성
서울 강북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대표 도로 삼양로를 지나다보면, 길가에 웬 소나무들이 높이 솟아있어 발길이 절로 머물게 된다. 도심 속 울창한 소나무 숲 '솔밭근린공원'(강북구 삼양로 561)이다.
소나무 숲이나 송림이라 하지 않고 '솔밭'이라는 우리말 이름으로 지어 더욱 정답다. 사람의 손길로 돌보고 일구어야 하는 '밭'이 들어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우이신설선 경전철 솔밭공원역이 곁에 있어 찾아가기 편하다.
1990년 한 건설사에서 이곳 일대를 매입한 후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면서 숲이 사라질 뻔하자 주민들의 반대와 보존운동이 이어졌고, 이후 서울시에서 재매입해 2004년 공원으로 조성했다.
근린공원(近隣公園)이라는 이름답게 도시에 살면서 초록빛 가득한 자연이 그리워질 때 누구나 쉽게 가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이다.
특히나 솔밭공원은 소나무 삼림욕장이라 불러도 될 만한 녹색 공원이다. 공원 안으로 발을 디디면 신기하게도 도시의 소음과 번잡함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도심 속에 이렇게 우람하고 울창한 소나무들이 살고 있다니 놀랍다. 늠름한 소나무 숲이 많은 울진이나 경주 왕릉이 떠올라 멀리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든다.
공원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다. 3만4955㎡(약 1만5000평) 규모로 1천여 그루의 소나무가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어 눈이 청량해진다.
나무 사이로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우두커니 앉아있는 길고양이와 마주칠 수도 있다. 마치 동네 사람처럼 숲을 배회하는 고양이 덕분에 공원이 더욱 정답게 느껴진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한옥 정자에 앉아 쉬어가면 산속에 자리한 오래된 절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하다. 공원 주변에 에어컨 시원하고 예쁜 카페들이 많지만 이곳이 더 좋지 싶다.
실개울, 산책로, 놀이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
수백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모여 살지만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더욱 놀랍다. 구불구불 용틀임 소나무, 장대같이 쭉 뻗은 소나무, 허리 굽은 노인의 모습을 한 노송... 양수(陽樹)나무답게 햇볕이 비추는 방향으로 일제히 기울어진 소나무들 등이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눈 내린 겨울날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작품이 나오겠구나 싶다.
공원 안 안내판을 잘 읽으면 흥미로운 사실도 알 수 있다. 소나무가 산속이 아닌 도심에서도 잘 살 수 있는 비결은 뿌리를 얕게 뻗는 천근성(淺根性) 나무이기 때문이란다. 소나무는 태생적으로 뿌리 뻗음이 얕아서, 땅 표면 가까이 뿌리를 내리고도 잘 살아간다. 덕택에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가 조상들에게 지조와 충절의 나무로 사랑받게 된 게 아닐까. 요즘 도심 공원에 많이 심어놓은 키 큰 나무 메타세쿼이아도 천근성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