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 은행나무와 천태산아이들은 감탄을 연발하며 나무와 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안사을
이날 산행에는 의미 있는 두 사람이 함께했다. 한 분은 작년에 퇴임하신 선생님이고 또 한 사람은 올 2월 새로운 세상으로 진출한 졸업생이다. 해당 선생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학생들과 등산을 즐기시던 분으로, 나와 아이들이 새롭게 등산 동아리를 만들자 매우 반가워하시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굵직한 산행마다 차량을 제공해 주시고 사전답사도 홀로 다녀오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다.
졸업생은 본 동아리 구성에 대해 최초로 아이디어를 제공한 학생으로, 초대 회장을 맡았다. 우리 동아리는 만들 당시 원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교내 공식적인 구성원은 재학생이겠지만 졸업생이 배출되는 대로 차차 학교 밖에서도 산악회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한 번 들어오면 평생회원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함께 웃기도 했다.
물론 이 친구는 심심하기도 하고 대학 생활 동안 찌운 살을 뺄 목적으로도 참여했겠지만, 졸업 후에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초대 회장이 지켜준 모양새만으로도 훈훈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우리 동아리의 결성 유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앞으로 너희들도 졸업 뒤에 이렇게 동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의 산증인을 앞에 한 아이들은 다 같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목장갑 끼고 암벽 줄타기
천태산은 아기자기한 산세와 더불어 적당한 높이의 암벽 산행으로도 유명하다. 난이도도 높지 않아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당한 근력과 너무 무겁지 않은 몸 상태라면 충분히 완등할 수 있다. 사전답사 때도 60대 여성분들이 너끈히 줄을 잡고 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만용을 부리거나 줄을 놓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철저히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맨손으로는 미끄러질 수 있어서 일할 때 쓰는 빨간 코팅 목장갑도 준비했다. 줄 잡고 오를 때는 이 장갑이 가성비가 최고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엥? 이걸 낀다고요?"라고 말했지만 딱 한 번 줄을 잡아보고 나서는 목장갑의 성능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