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방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만큼 이번만큼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상황과 요구사항을 청취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권우성
그런데도 정부는 사적인 권리 관계에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원 장관은 '사기 피해에 대해 국가가 피해금을 먼저 반환하고 이후 환수한 적이 없으며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전세 사기 범죄는 정부 정책의 허점을 이용해서 횡행해졌음에도, 이를 외면하면서 적극적인 구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이 담기지 않은 정부의 대책은 피해자가 경험하는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 대책은 경매를 통해 집을 낙찰받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피해 주택을 사거나, 아니면 공공임대주택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장기거주하면서 떼인 보증금에 대한 손해를 메우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애초 떼인 보증금에 대한 고려는 없이 사기 범죄를 당한 집을 소유하거나 아니면 그 집에서 계속 거주할 것만 허용하는 대책은 결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구체적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정부 대책의 까다로운 피해 지원 대상 기준도 문제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것을 요구한다. 기준도 문제지만, 이 조건에 따른 피해자 현황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도 밝히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27일 성명을 내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 피해자를 걸러내기 위한 법안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직 전세 사기 범죄 가담자들이 명확히 다 밝혀지지 않아 수사가 개시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 결국 정부 대책은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현실도 제대로 모르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세 사기 재난 앞에 피해자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