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사인북토크를 마치고 저자 사인회를 가졌다. 가정 안에 가족 독서모임이 꽃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신재호
나로 향한 글쓰기가 세상으로 향하다
처음 출간 제의받고 대표님은 책을 읽고 실제 가정에서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자세히 글을 써주길 바랐다. 그전까지 글쓰기란 오롯이 나를 향해 있었다. 처음 글을 썼을 때, 마치 상담을 받는 듯 위로를 받았고, 그때부터 중년의 헛헛한 마음을 글로 달랬다. 그런데 대표님은 글이 나를 넘어 밖으로 향하길 바랐다. 편집과정에서 수정의 수정을 거쳤다. 가족 독서모임에서 나눴던 대화까지도 상세하게 기록했고, 적용할 수 있는 팁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책이 세상에 나오고 그 영향을 피부로 체감하는 요즘이다. 참여하고 있는 매일 글쓰기 모임에서도 온라인으로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에 관해서 강의했었는데, 최근에 멤버들 중 벌써 세 가정에서 가족 독서모임을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그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강의를 듣고 용기를 냈다는데 나는 카톡에 온갖 수식어와 이모티콘을 동원해서 힘찬 응원을 보냈다.
가족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한 분도 있었는데, 글을 읽으며 내가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한 생각도 떠오르며 그 가정에서 이제 막 싹이 피는 모습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가정을 통해서 또 다른 가정이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과정 중에 힘듦이 찾아오겠지만 이겨내고 꾸준히 이어 나가길 바랐다.
얼마 전엔 지역 도서관에서 연락이 와서 '가족 독서모임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 대상으로 강의 요청이 왔다. 사서 분께서 내 책을 읽고 독서모임이 아이들의 문해력을 향상하고, 가족 간의 소통에도 좋을 것 같아 제안하게 됐다고 했다. 강의 계획서를 제출하고 조만간 강의 날짜를 잡기로 했다.
잡지사에서도 메일로 제안이 왔다. 6월 중에 독서모임을 테마로 기획 글을 준비 중인데 '가족 독서모임'을 한 꼭지로 넣고 싶다고 했다. 편집자분 역시 내 책을 읽었고, 글이 실리면 많은 가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직접 연락까지 주셔서 꼭 수락해주길 바랐다. 원고 마감 기안이 촉박해서 살짝 고민했지만 좋은 일이기에 하겠다고 답을 했다. 회사 일로 바쁜 시기이지만, 내 글이 어느 곳에 닿을지 모를 일이기에 열심히 써 봐야겠다.
글이 지닌 무한 확장성 그리고 그 선한 영향력까지. 최근의 일련의 일들로 얼떨떨하면서도 책임감도 느꼈다. 내가 글로서 위안을 얻었듯, 이제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좋은 글을 쓰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삶 역시도 잘 살아야 했다.
글을 만나게 될 누군가를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