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의 왕관
pixabay
지난 6일(현지시간) 70년 만에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열렸다. 백인만 초청되었던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과는 달리 영국 사회를 반영하듯 유색인과 여성이 눈에 띄게 보였다.
심지어 성가대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친환경 가치를 돋보이기 위해 왕관, 예복 등을 새로 만들지 않고 재사용했다고도 한다. 스코틀랜드 방구석에서 잠옷 바람으로 참석했던 오늘의 대관식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눈부시게 화려했다'.
444개의 보석이 달린 성 에드워드의 왕관, 군주의 보주나 두 개의 왕홀이며 높이 솟아 오른 보좌, 왕이 입었던 금색 코트와 그 위에 걸친 제국망토, 마지막 황금 마차까지. 화면에서 보는데도 그 화려함에 숨이 헉헉 막혔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길 것입니다."
오늘 대관식에서 왕이 된 찰스가 했던 말이다. 예수의 본보기라면 그분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서 왕관이라곤 가시왕관뿐이었다. 하늘에 닿을 만한 보좌에 앉기보다 냄새나는 사람들의 발을 씻겼다.
황금 마차 대신 당나귀를 탔으며 황금망토대신 모든 사람의 죄를 뒤덮고 비참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섬기겠다'는 왕의 말이 어떤 의미일까. 대관식이 끝났는데도 복잡한 마음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12년 전을 기억한다. 그날, 초청된 사람들에게 눈 한번 질근 감고 손 한번 흔들면 그만일 것을 일일이 눈을 맞추며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고 경청했던 왕세자 찰스 3세. 그가 영국의 국왕이 되었다.
75세 최고의 나이에 왕이 되었고 얼마 동안 왕의 자리를 지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겠다'는 그의 말을 우리 모두는 잊지 않을 거다. 부디 건강하시고 하늘로부터 오는 지혜와 평강이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저는 스코틀랜드에서 살고 있어요. 자연과 사람에게 귀 기울이며 기록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을 보며 떠오른 12년 전 기억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