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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가 생각하는 가족은 이렇습니다

새롭게 찾은 5월 '가정의 달'의 의미

등록 2023.05.08 15:40수정 2023.05.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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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에 있을 수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합니다. 현재 조현정동장애(조현병과 우울증이 혼재된 정신질환)로 진단 받은 뒤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조현정동장애 환자는 2021년 기준 국내에 1만 2435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입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당사자들과 주변인들에게 힘이 되고자 하며,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기자말]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죠.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5월이 되면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모든 가족 구성원이 제 정신질환의 치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무시하거나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구성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암묵적으로 제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족에게 제 정신질환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 것 이상으로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제가 가진 정신질환의 특징이나 성질을 알리고 저를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도 했어요.

하지만 조현정동장애라는 진단명부터 생소하다보니 제가 가진 정신질환과 관련해 무언가를 이해시키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부모님 중 한 분은 아직도 제가 조현병과 우울증을 증상을 둘 다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둘 중 어느 하나의 정신질환만을 가지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시곤 합니다.

정신질환자와 가족
 
 그림으로 그린 듯이 완벽하게 행복한 가족은 네잎클로버 만큼이나 찾기 어려운 듯 합니다. 그렇지만 행복한 가족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림으로 그린 듯이 완벽하게 행복한 가족은 네잎클로버 만큼이나 찾기 어려운 듯 합니다. 그렇지만 행복한 가족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면 안된다고 생각해요.Yan Ming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자원해서 정신질환을 가진 구성원의 치료를 돕거나 도움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 간에 사이가 상당히 좋아야 하고,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꾸준한 의사소통과 애정을 표현해야겠죠.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크지 않아야 하고요.
 
하지만 제 주위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가족은 네잎클로버 찾기 만큼이나, 어쩌면 그 확률보다도 찾기 어려운 것같습니다. 100가족이 있으면 100가족 각자가 서로 다른 불화와 문제와 사연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저희 가족도 위 문단의 예시에 완벽하게 해당하는 이상적인 가족이 아니고요. 

이런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이상적인' 모습일 뿐인 것 같습니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환경 중 가족은 직접 선택해서 정해지는 조건이 아니니 더욱 이상적일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저는 제가 가진 정신질환에 대해 '완벽한 도움'을 받고자 하는 기대를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제 가족 중 저의 치료에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구성원도 정신질환에 대해 많은 편견들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가족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바꾸기에는 너무 많은 저의 노력과 힘이 든다는 걸 깨달아서 저는 그저 거의 포기한 것 뿐입니다.

그러나 가족과 이해를 주고 받는다는 희망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혈연이라면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는 아니에요. 가족들이 저를 포기하지 않으니 저도 가족들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를 이해하거나 도움주기를 포기한 가족 구성원도 있고, 그런 구성원에게는 저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요. 그렇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저도 그에 부응하고자 할 뿐입니다.

혈연보다 중요한 마음
 
 이번 어버이날도 카네이션을 준비합니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이번 어버이날도 카네이션을 준비합니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Assem Gniyat
 
십대일 적에는 '가정의 달'은 무엇을 기리기 위한 달일까 의문을 가지곤 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행복한 가족을 가진 친구들은 별로 많지 않았으니까요. 현실에서는 고정관념같은 '정상 가족'의 모습만을 강조하기에 그런 모습을 가진 가족만을 위하는 달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카네이션 꽃을 선물하는 것도 영 맘에 들지 않았구요. 매년 똑같은 종류의 꽃을 준비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며 투덜대곤 했습니다. 차라리 케이크라면 맛도 있고 냉장고에 보관해서 일주일은 먹을 수 있지만, 꽃은 잠깐 보기 좋다가 금세 시들어버릴 뿐이잖아요. 

요새 그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가정의 달은 '완벽한 정상 가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달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되새기기 위한 달'이라는 것을요.

혈연보다도 가족 구성원을 위하는 이타적인 마음과 사랑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카네이션 선물은 꽃 그 자체보다도 그런 마음과 사랑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의 증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준비합니다. 부모님은 매년 선물받는 카네이션이니 가장 저렴한 꽃 두세 송이만 사면 된다고 말씀하세요. 그래도 굳이 꽃집에 가서 가장 싱싱하고 꽃망울을 맺고 있는 화분을 골라 삽니다.

어차피 시들어버릴 꽃이긴 하지만, 일상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마음을 잊지 않도록요. 꽃이 언젠가 시들 듯이 매 순간 가족을 위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5월만이라도 그 마음을 되새기려 합니다.
#조현정동장애 #조현병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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