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초중고등학교 전경
이완우
학교 운동장과 교실에서 학생인 할머니들의 모습은 어린 소녀들처럼 밝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바람이 세상을 바꾸던 수십 년 전까지도 이 땅의 딸들은 학교에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피워내지 못한 배움을 향한 미련과 학교에 가고 싶은 소망을 평생 시들지 않게 오롯이 간직해 두었다가, 이제 소담스레 피워내고 있다.
수십 년의 세월을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듯 가족에 헌신하며 살아온 학생들이다. 이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듯 돌아와 머릿결에 서리가 내린 학생이 되었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몸의 기력도 젊은 시절 같지 않지만, 지금 학교 다니는 게 고맙고 행복하다.
이 학교는 전북 동부 산악권인 임실군, 남원시, 순창군과 장수군에서 많이 다닌다. 이 학교가 위치한 오수면은 조선 시대부터 호남 좌도에서 으뜸인 오수역참이 있던 교통의 중심지였다. 이 학교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역사와 문화가 튼실하게 뿌리내린 오수 분지의 길목에 터전을 잡았다. 이 학교는 이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나이테로 자란 커다란 나무와 같다.
이 학교 옆의 냇가를 따라 흔적만 찾을 수 있는 통영별로 옛길이 있다. 고려 말에 이성계 장군의 부대가 왜구를 무찌르러 남원과 운봉 고원으로 행진하던 길이며,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나라와 민족을 구하러 백의종군하며 걷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