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내에 걸려 있는 '매드 프라이드 경남' 행사 펼침막.
윤성효
"'매드 프라이드'라고 적혀 있는데, 저게 무슨 행사인지?"
공무원을 지낸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가 경남도청 정문 맞은편 게시대에 걸려 있는 펼침막을 보고 한 말이다. 기자회견을 위해 몇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그 물음에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옆에서 휴대전화기로 검색했던 한 청년이 "세계 조현병의 날에 하는 행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 '세계 조현병의 날 행사' 내지 '정신장애인 인식 개선'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 것 같은데, 경남 도민 중에 '매드 프라이드'를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이병하 대표는 "외국에서 그런 용어를 쓰니까 우리나라에서 같은 행사를 열면서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용어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며 "세금을 지원받아 여는 행사인 만큼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드 프라이드 경남'이라는 제목의 펼침막은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경상남도 지원을 받아 오는 24일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여는 행사다.
이 단체가 내건 다른 홍보물에는 "매년 5월 24일은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질환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세계 조현병의 날로 제정되어 경남지역의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제1회 매드 프라이드 축제'를 연다"고 설명했다.
'매드(Mad)'는 '격노·화냄·언짢음·미친', '프라이드(Pride)'는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자신하여 가지는 당당한 마음'이라는 뜻이다. '매드 프라이드(Mad Pride)'를 우리 말로 풀이하면 '미친 자부심' 내지 '미친 자존감'이라는 말이 된다. 이는 정신 장애인을 위한 행사로, 이들이 숨어들거나 감추지 말고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 사회인으로 함께 살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매드프라이드는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영국, 프랑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나라로 번졌고, 우리나라는 2019년 9월 서울에서 첫 행사를 열면서 영어 그대로 붙였다. 경남에서도 같은 취지의 행사를 열면서 서울에서 썼던 행사명을 그대로 가져와 붙인 것이다.
때문에 매드프라이드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우리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책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를 펴낸 이우기 경상국립대 홍보실장은 처음에 "매드 프라이드가 무슨 말이죠?"라는 질문부터 했다.
이 실장은 "검색을 해보니 세계 조현병의 날에 맞춰, 정신장애인들을 가두지 말고 사회에 나와서 함께 하도록 인식 개선을 해나가자는 취지인 것 같다"며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는 외래어를 그대로 가져와 쓸 게 아니라 우리말로 바꾸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드프라이드라 하지 말고, 가령 '정신장애 인식개선'이라든지 '정신장애인 사회와 함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실장은 "'매드'를 우리 말로 옮기면 '미친'이라는 뜻인데, 우리는 정신장애인을 드러내놓고 '미쳤다'고 하지 않는다"며 "행사 취지를 생각하면 '매드'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관계자는 "외국에서 시작된 행사이고 우리나라는 서울에서 했으며 이번에 경남에서는 처음인데, 서울에서 했던 행사명을 그대로 가져 왔다"며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응원하고 지역사회에 함께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행사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명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있어 취지와 함께 설명을 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 때 참여자들을 상대로 적절한 행사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는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