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에 농민들 "올겨울 농사 포기해야"

"살아남을 길 없어" 하소연... 생산원가 보전 제도 도입해야

등록 2023.05.19 11:00수정 2023.05.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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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 농사를 짓고 있는 태안의 한 화훼농가는 전기료 인상에 관해 묻자 “올겨울 농사는 포기해야 할 듯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국 농사를 짓고 있는 태안의 한 화훼농가는 전기료 인상에 관해 묻자 “올겨울 농사는 포기해야 할 듯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독자제공

수국 농사를 짓고 있는 태안의 강아무개씨는 전기료 인상에 관해 묻자 "올겨울 농사는 포기해야 할 듯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의 1200평 비닐하우스의 경우, 지난해 전기난방을 하는 6개월 동안 한 달 평균 800만 원~900만 원의 전기료(농사용)가 나왔다. 하지만 올 초에는 평균 약 1300만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또다시 전기료 인상 발표하자, 강씨는 "1500만 원이 넘을 듯 한다"며 하소연했다

이는 고스란히 꽃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꽃 소비가 줄어들어 도매는 물론 소매 자영업자도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아니라 꽃 소비가 가장 많은 5월 가정의 달이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팔리지 않는 꽃들은 결국 폐기된다. 이와 같은 현실은 다른 화훼농가와 소매점도 다르지 않다.

실제 지난 어버이날 꽃 장사는 신통치 않았다. 매년 그렇듯 꽃 소비가 많은 어버이날 시즌, 한 단(20송이 기준)에 5천 원이던 수입산 카네이션 도매가격은 9천 원에서 1만 원까지 오른다. 국산 카네이션은 이보다 더 비싸다. (관련 기사: 카네이션 꽃 배달 줄었지만... 직접 부모님 만나 식사 https://omn.kr/23ttk)

전기료 외에도 원자재 상승 등 화훼농가와 소매점은 이중 삼중고를 겪으면서 점점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다.


강씨는 "(전기료 인상으로) 올겨울 농사를 포기하거나 난방하지 않는 타 품목으로 전환하는 화훼농가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강 씨에 따르면 태안군의 경우 300가구이던 화훼농가가 지금은 절반인 150 농가로 줄었다. 난방비를 비롯한 원자재 상승 등이 그 이유다.


그는 "기름 난방이 비싸져 전기로 이동했지만, 전기도 비싸지면서 이제 더 이상 난방을 대체할 것이 없다"면서 "추위에 강한 타 품목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농민은 정부와 싸울 힘이 없다"며 "(전기료를 포함한) 생산원가 보전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유화를 재배하는 박아무개씨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기름 난방을 하는 박씨의 비닐하우스 20여 동 난방비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동안 약 5천만 원이었다.

난방 비용이 부담돼 비용이 덜 드는 전기난방으로 교체하려 했으나 이번 전기료 인상 발표로 고민하고 있다.

농장 운영에 들어가는 전기제품의 전기료도 만만치 않다. 특히 물 공급을 위한 관정 3개를 24시간 가동하다 보면 누진세 적용까지 받는 상황에 전기료 인상은 부담을 더 가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난방이 잘된 유리온실에서 재배하는 외국에 비해 난방에 취약한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난방비가 적게 들어가는 수입 꽃이 국내산보다 쌀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국내산은 난방비에 인건비, 자재비 상승이 고스란히 꽃값에 반영되기 때문인 것.

강씨와 마찬가지로 박씨는 "농사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올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난방이 잘된 유리온실에서 재배하는 외국에 비해 난방이 약한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난방이 잘된 유리온실에서 재배하는 외국에 비해 난방이 약한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독자제공
 
 설유화는 12월 심어 5월까지 꽃도매시장에 출하한다.
설유화는 12월 심어 5월까지 꽃도매시장에 출하한다. 독자제공
 
 꽃 소비가 많은 어버이날 시즌, 한 단(20송이 기준)에 5천 원이던 수입산 카네이션 도매가격은 9천 원에서 1만 원까지 오르는가 하면 국산 카네이션은 전기료와 인건비, 자재비 상승으로 이보다 더 비싸다.
꽃 소비가 많은 어버이날 시즌, 한 단(20송이 기준)에 5천 원이던 수입산 카네이션 도매가격은 9천 원에서 1만 원까지 오르는가 하면 국산 카네이션은 전기료와 인건비, 자재비 상승으로 이보다 더 비싸다.신영근
 
#전기료인상 #화훼농가 #난방비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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