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정석호정 전경
김기은
남산 중턱에 국립극장이 위엄있게 위치해 있다. 그곳을 가로질러 주차장 맨 끝까지 걸어가다보면 큰 벚꽃나무가 서 있는데 그 옆에 작은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을 오르면 "쉬~익! 텅!", "쉬~익! 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나무들로 둘러쌓인 활터가 보인다. 석호정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나는 석호정 활터에 간다. 나의 취미는 우리나라 전통활쏘기 국궁이다.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 207여 차례 활을 쏘았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국궁은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우리나라 전통 무예다. 서울에 살면서 남산을 수없이 다녀봤지만 이곳이 서울을 대표하는 멋진 활터인 줄 몰랐다.
"취미가 뭐예요?"
"활을 쏩니다."
"양궁하세요?
"아니요. 국궁을 합니다. 전통활쏘기예요."
"네? 배우는 곳이 있어요? 국궁하는 곳이 있는지 몰랐어요."
내 주변의 많은 분들이 드라마에서만 봤던 국궁을 내가 실제로 배우고 있다는 것을 너무 신기해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국궁을 배우고 지금까지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면서 복인 것 같다.
너무 우연하게 동네 근처에 실내에서 배울 수 있는 국궁 교실이 있었는데 주말 프로그램으로도 개설이 되어 부담없이 신청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기본동작 연습만 하다가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을 계속했다. 같은 동작만 연습하는 게 지루해서 포기하고 싶을 때쯤 활을 손에 쥐여 주었다.
활을 한 손에 움켜쥐며 멋지게 화살을 날리는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고 있을 때, 현실은 화살이 없는 빈 활로 활 쏘는 자세만 열심히 연습했다. 활 쏘는 자세인 궁체를 바르게 해야 흔들림없이 안정된 자세로 화살을 날려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3개월 정도의 끈기를 요하는 시간을 보내면 진짜 화살을 장착하고 활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화살을 시위에 꽂고 활을 쏠 때 "퍽" 하고 벽에 꽂히는 소리와 함께 활의 파워에 놀랐다. 화살이 과녁에 명중할 때는 짜릿한 쾌감마저 들었다. 연습할 때의 지루한 시간은 전혀 생각이 안 나고 활 쏘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