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고성 월곡마을 풍경
배은설
그 풍경이 예뻐 잠깐 바라보고 있는 사이, 막 마을버스에서 내리신 인자한 어르신 한 분이 놀러왔냐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더니 덤덤히 당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은 2020년 11월,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자는 취지에서 고성군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꽃양귀비를 파종하고 꾸준히 관리해왔다고 하는데요. 잠깐 뵌 어르신의 손길도 담겨있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양귀비꽃밭을 걷고 있자니, 꽃길도 예쁘지만 꽃길을 더욱 아름답게 해 주는 건 꽃밭을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좌련 저수지와 푸릇푸릇한 산입니다. 좌련 저수지 위에도 작은 데크길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 속 꽃길에 이어 데크길을 걷고 있자니 뻐꾸기소리도, 까마귀소리도 들려왔습니다. 햇살이 내리비치자 물속이 투명하게 비쳐 보입니다.
제가 앞서 세상만사 다 귀찮을 때 와서 쉬어가면 딱 좋겠단 생각이 들었단 말을 했던가요. 이곳이야말로 그런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다채로운 길이 있는 곳, 고성
고성에서 공룡 대신 다양한 길을 만났습니다. 바닷길, 고분길, 숲길, 꽃길 등 다채로운 길을 걸었는데요, 회우랑길, 대독누리길, 옛담장길 등 아직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 많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걷기 좋은 계절이죠.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천천히 걸으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풍경, 하늘에 뜬 구름의 모양, 피부에 와 닿는 햇살의 촉감, 불어오는 바람, 걷다가 예기치 못하게 만난 빗길에서 나는 흙냄새 같은 걸 느끼며 꼭 한 번쯤 걸어보시길.
그 길이 고성 어느 한 곳의 길이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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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여행하며 자주 글자를 적습니다.
<그때, 거기, 당신>, <어쩜, 너야말로 꽃 같다> 란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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