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퀘테레의 다섯 마을바다 위 배에서 바라본 친퀘테레 마을들.시계 방향으로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몬테로소, 코르닐리아, 베르나차.
CHUNG JONGIN
500여 년 전, 이탈리아 서북쪽 해안 절벽 기슭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스만 튀르크의 공격을 피해 이곳으로 온 사람들은 가파른 산등성이에 포도와 올리브 나무를 심고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집이 한두 채씩 세워지면서 5개의 마을(Cinque Terre: 친퀘테레)이 생겼다.
마을 각각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 절벽은 외부 침입을 막을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마을을 고립시켰다. 12km라는 길지 않은 해안을 따라 있는 5개 마을은 해안 절벽 위 산길과 바닷길로만 연결되어 있던 까닭에 서로 간의 왕래도 드물어 사용하는 언어조차 달랐다.
1874년, 이곳 마을들을 연결하는 철로가 만들어지면서 드디어 친퀘테레는 오랜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해안 절벽의 숨 막히는 전경과 산비탈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파스텔 색조의 건물들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작고 오래되고 아름다운 어촌 마을은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연간 250만의 관광객이 해안 벼랑길을 걷고 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찾고 있다.
지난 5월 초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직전, 우리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해안 마을 탐험에 합류하였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은 청명했고 우리는 서둘러 숙박지인 라스페치아(La Spezia)에서 기차를 타고 가장 북쪽 마을인 몬테로소(Monterosso)로 향했다.
첫날의 일정은 몬테로소를 출발하여 베르나차(Vernazza)를 거쳐 코르닐리아(Corniglia)까지 약 7.5km의 해안 벼랑길을 걸은 후 마나롤라(Manarola)와 리오마조레(Riomaggiore)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원래는 친퀘테레 마을 모두를 산길을 걸으며 보고 싶었으나, 안전 문제로 코르닐리아에서 리오마조레까지의 두 개 구간이 폐쇄되었다. 어쩔 수 없이 마나롤라와 리오마조레 두 마을은 기차를 타고 가 구경하기로 하였다. 대신, 다음 날 리오마조레에서 포르토베네레(Porto Venere)까지 12km를 걷는 일정을 계획하였다.
몬테로소(Montero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