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이 된 무주등나무 운동장
mujufilmfest
개막작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무주등나무 운동장에서 열렸다. 너른 들판 위에 사람들이 돗자리를 펼쳤다. 바람이 불자 운동장을 둘러싼 등나무가 퍼석한 소리를 내었다. 그 앞에 커다란 스크린에서 영화가 나왔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이나 내 방에서만 보다가 탁 트인 곳에서 영화를 보는 건 그야말로 '영화적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정해진 관람 방법은 없다.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불며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어른들은 이야기 한 번에 건배 한 번 하며 영화를 보았다. 나는 해가 저무는 하늘을 스크린 삼아 귀로 영화를 들었다. 냅다 누워서 영화를 보아도 괜찮다. 아이들 뛰노는 소리, 어른들 웃음소리가 섞여 영화 자막에 등장할 것만 같았다.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 극장인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7명의 인디뮤지션들이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현장에서는 영화와 라이브 공연을 번갈아 보여주었는데 영화 송출이 멈춘 줄 알았던 순간에 아티스트가 깜짝 등장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환호로 바뀌는 지점에 우리는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버텨내고 다시금 존재하게 됐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서로의 배려에 기대어 우리 모두 영화 관람객이 되었다. 인생을 모르겠다는 청년 뮤지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어르신과 노래가 끝날 때마다 신나게 환호하는 아이들.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천히 넓힌다는 말이 이런 장면일까.
당신의 삶을 틀어주세요
무주산골영화제는 26개국 88편의 영화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 중,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는 동시대 최고의 영화 음악감독이자 환경 운동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그이기에 다큐멘터리와 함께 이어진 토킹시네마로 류이치 사카모토가 살아온 궤적을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