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성평등지수
출처. 2022년 국가성평등보고서(여성가족부)
이옥분
특히 주목할 지점은 모든 지표가 여성의 경제적 활동과 정치적 대표성 분야에서 점수가 지극히 낮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21년 기준 국가성평등지수에 따르면 교육직업훈련 분야(94.5점)와 보건 분야(96.7점)에서 남녀의 격차는 적다.
그런데 의사결정 분야(38.3점)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고 가족분야(65.3점)와 경제활동 분야(76.4점)에서도 격차가 컸다. 여성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과 학업 성취도는 매우 높으나 2021년 여성임금은 남성의 64.6% 수준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꼴지다.
남녀의 교육직업훈련 수준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 분야에서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 비율은 국회의원 20%, 4급 이상 공무원 19.3%, 관리자 24.2%, 정부위원회 위원 75.4% 수준으로 매우 낮다. 그리고 가족 분야도 가사노동시간(197%)과 육아휴직자(372%)는 여성에게 치우쳐 있어 돌봄노동에서 성별 편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런 객관적 근거가 있음에도 성평등이 상당한 수준 향상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성들은 능력껏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얼마 전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 채용시 점수 조작으로 여성을 떨어트린 사례가 적발됐다. 특정 시기에 한 두 곳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채용 시 성차별이 이뤄졌던 것이다. 공공기관은 경영공시를 했기 때문에 드러났지만 다른 사기업의 사례는 은폐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구직사이트에서도 성차별적인 모집ㆍ채용 광고가 주기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경제활동 영역에서 공정을 얘기하고 있지만 능력에 앞서 성별로 구분하는 퇴행적 모습은 여전하다.
현숙경 소장이 지적한 '남녀의 기능적 차이'란 무엇일까? 생물학적 차이를 말하는가, 남녀의 역할이 다르다는 말인가? 역사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는 성차별의 근거로 이용됐다. 여성과 남성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 역할이 있어 가부장제가 전통이라고 얘기해 왔다. 사회적 진보는 가부장제가 남성-기득권 중심의 제도로써 여성을 인간-주체로 인정하지 않은 차별제도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고정되어 불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짓는 젠더 개념은 사회·문화적으로 변화하며 구성되어가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차이-다르다는 것을 핑계로 차별·배제하는 것을 '부정의'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본질주의적 태도는 구태의연하고 차별적일 수 밖에 없다.
글에서 "여성의 인권 신장 및 여성 해방을 외치는 페미니즘은 넓은 의미에서 막시즘의 분파인 것"이라는 말은 오류다. 페미니즘의 이론적 배경은 자유주의, 사회주의, 맑스주의, 급진주의, 탈식민주의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왜 이렇게 편향적으로 단정 짓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 든다. 페미니즘이 '막시즘의 분파' 즉 사회주의와 연결된 '좌파'라고 선정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 사회의 케케묵은 색깔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의 편향인가?
페미니즘은 근대의 이분법적인 구분에 저항했다. 남성-여성, 주체-객체, 이성-감정 등으로 구분하며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현숙경 소장이 페미니즘을 '막시즘의 분파'라고 편향적으로 구별 짓는 것은 오류일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갈등 조장이다. 분별해서 편을 갈라 갈등하는 것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맑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현숙경 소장의 시선이 닿은 곳에서 '여성인권은 상당한 수준 향상'되었을지라도 그렇지 않은 더 많은 여성들이 있다. 그것은 통계고 수치일 뿐, 과장이라고 말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그 여성들에게 '피해의식'을 얘기하기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페미니즘에 응원하길 요청한다. 먼저 삶을 헤져나간 언니의 시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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