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신규 공중보건의 편입 현황
김원이 의원실
기존 인력부터 의미 있게 활용해야
그렇다면 공보의들은 과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불행히도 5월 입사한 군턴들이나 공보의로 근무 중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많은 공보의의 역할은 의례적으로 당뇨약이나 고혈압약을 처방 내주는 1차 의료에 집중되어 있다. 특정 지역이나 거점 병원에서는 공보의 숫자가 부족하지만, 어떤 곳은 책상 앞을 지키며 단 몇 명의 환자를 보며 자리만 지키는 일도 있다고 한다.
동료들에 따르면, 공보의는 산마을마다 회관 앞에 있는 운동 기구와도 같단다. 대당 수천만 원에 달하지만, 관리는 부실하고 사용하는 이는 손에 꼽으며, 유치하기 위해 마을 위정자들이 힘쓰고 홍보하지만, 유지비와 미사용을 이유로 폐쇄하려 하면 기를 쓰고 반대하는 기구.
그러나 막상 공보의의 재배치를 논하면 지역 정치인들과 주민들이 반대하곤 한다. 정작 그들 대부분은 조금이라도 아프면 읍내나 대도시의 대형 병원으로 향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소중한 인력들이 낭비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필수 의료의 붕괴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태백산맥 너머 어딘가는 산부인과가 없어 서울까지 헬기를 타고 왔단다. 호남 어느 지역에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전무해 뉴스가 되었다. 이대로는 지방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힘들 거라고들 한다.
누군가는 의사 숫자로 책임의 화살을 돌리거나, 공공 의대를 만들어 오지에 의사를 강제로 배치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사는 월급 300만 원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거나 의대 정원을 10만 명으로 늘리자는 과격한 말도 종종 들린다.
그러나 기존의 인력도 의미 있게 활용하지 못하는데,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답이 될지는 의문이다. 어떤 길이 무너지는 지방·필수의료를 살리는 길일지 현명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아프지만 병원은 먼 이들에게 제대로 손이 닿기 위해서는 먼저 공보의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의술을 펼칠 수 있는 여러 의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만 할 것이다. 현역병에 비해 과다한 복무 기한은 단축되어야 하며, 걸맞은 대우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사는 곳에 상관 없이, 사회적 배경에 관계 없이 잘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잘 치유된 이들이 모여 튼튼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유지되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보의라는 전사들에게 창과 방패라는 지원과 걸맞은 대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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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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