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2022년 8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성호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나는 최근 들려온 '사회보장 서비스의 시장화와 산업화'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자신이 주재한 '사회보장전략회의'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경쟁이 되고 시장화되면서 이것이 산업화된다고 하면, 이것 자체도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또 팩터가 된다"라며 "(복지 서비스를)합리적으로 통폐합해서 시장 조성을 좀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보장 서비스나 복지사업이 난립하고 있어 이걸 시장화 시키고 경쟁시켜 생산성과 질을 높이려고 해도 도대체 경쟁이 되겠냐"면서 "통폐합을 해서 시장 조성을 제대로 해야 한다. 또 돈을 나눠주는 것은 사회적 최약자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말 대로면, '사느냐 죽느냐'라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의 인간답게 살아갈 최소한의 권리마저 시장 경쟁 속에 놓일 지경이다.
이는 이번 정권의 120대 국정과제 중 44번에 언급된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복지부)'의 과제 목표인 "다양한 공급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돌봄체계로 사회서비스를 혁신"이라는 내용과도 상반된다.
"정말 힘든데, 아무 혜택 못 받는 사람 많은데... 어쩌면 좋아"
사회복지는 빈민을 구제하면서 시작됐다. 멀게는 삼국시대 구휼사업을 중심으로 병들고 굶어 죽는 사람들에게 곡식을 내어주고 세금을 감면해 주었던 것이 사회복지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미래로 갈수록 더 좋아져야 할 복지가 어쩐지 급속도로 퇴행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복지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한 복지관 관장은 "사회복지가 시장화, 산업화와 시장 경쟁하고, 보편복지가 아닌 선별복지로 간다면 못 사는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잘 사는 사람이 혜택을 많이 받게 된다"라며 "사회복지 수혜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네에서 통장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은 "구역을 돌아다니면 정말 힘든데도 아무런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좋아"라며 힘든 사람은 더 힘들어지겠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로 복지관에서 점심식사 대신 도시락을 나눠주던 때의 일이다. 매일 점심 한 끼는 복지관에서 받아오는 도시락으로 해결하던 어르신 댁에 방문했는데, 도시락이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 오늘은 도시락 받으러 안 가셨어요?"
"아니, 갔다 왔어. 아래층에 사는 사람 줬어. 그 집은 도시락 주면 점심이랑 저녁 두 끼를 먹어. 아들이 아파서 일도 못하고 있는데 아들한테는 도시락도 안 나와. 내 거라도 가져다줘야지 안 그러면 (아래층 사람은) 굶을 때도 많아."
어르신은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받아다가 아래층에 사는 친구한테 주기 위해 다리가 아파도 실버카트를 밀고 매일 11시가 되면 복지관 앞으로 나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래층에 사는 어르신의 아들은 도시락마저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다른 한 분은 65세 이상 노인이 받을 수 있는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치매를 앓고 있고 아들이 이혼하면서 두고 간 손자를 키우고 있지만,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기에 대상자가 아니란다. 어르신은 겨울에 빙판길에 넘어져서 허리를 다쳐 옴짝달싹 못하고 겨우 거동만 하는 정도인데도 손자 밥을 해 먹여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공무원이었다고 나는 혜택을 못 받는다고 혀. 남편 죽은 지가 벌써 한참 됐는데. 남편 죽고 나니까 연금도 반절밖에 안 나와서 먹고살기도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