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학자들은 고래가 상당한 양의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처: Unsplash/Thomas Kelly, UN News
Thomas Kelly
또한 해양보호구역은 전체 바다의 어족 자원을 풍부하게 한다.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성장한 어류들이 부화한 알과 유생들은 외부 지역으로 퍼져나가 주변 바다의 어획고 증가에 기여하는데, 이를 넘침효과(Spill over effect)라고 한다.[3]
현재 세계적으로 어획 기술의 발전과 어획 노력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총 어획량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남획으로 인한 어족 자원의 감소때문이다. 바다를 보호하지 않고 지금처럼 대규모 기업형 어업을 계속한다면 조만간 식량위기는 물론이고 전세계 어업종사자들의 생계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왜 공해인가?
UN BBNJ 협약의 대상은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 즉 공해(High Sea)를 대상으로 한다. 공해는 전체 바다의 64%, 지구 표면의 43%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으로, 20만 종 이상의 해양생물을 품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해에서 적절히 보호되고 있는 면적은 약 1.2%에 불과하며, 공해의 이용에 대한 규범체계 역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해사기구(IMO)나 지역수산관리기구(RFMOs) 등 충분한 권한이 없는 기관에 분산되어 대형 어업선단 및 개발 자본의 해양 자원 남용에 취약한 상황이다.
일례로 공해에 속하는 남극해를 보면, 과거 IWC(국제포경위원회)의 국제포경규제협약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남극해에서 오랫동안 과학조사를 빙자해 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래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였다. 호주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에 크게 반발하였으나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었고 일본은 거의 20년 동안 남극해에서 첨단 장비를 활용하여 고래를 사냥하였다.
현재 남극해는 포경 문제가 잠잠해진 반면, 저인망 어선들의 대규모 크릴 어획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극 바다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크릴은 고래, 바다사자, 펭귄의 중요한 먹이이자 영양물질 순환에 기여하며, 깊은 바다를 오가며 탄소를 심해에 격리하는 등 기후위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생명체이다.[4] 최근에는 우리나라 국적의 대형 저인망 어선 역시 고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크릴을 대규모로 잡아들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5] 이와 같이 공해는 특정 국가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합의에 의한 실질적 규제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
학자들은 현재 해양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최소한 공해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30x30의 슬로건은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져 2022년 12월에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목표로 선정되었다. 이제 7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BBNJ 협약 발효를 위해서는 60개국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며 이행에 필 요한 구체적 절차나 규칙들은 추후 당사국총회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각 국가들이 서둘러서 이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2022년 11월 시민환경연구소가 진행한 공해 보호 관련 국민인식조사에서는 대다수의 응답자가 공해를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인식하며(87.0%), 공해의 환경보전 가치가 경제적 가치보다 중요하다고(84.9%) 답했다. 또한 BBNJ 협약을 통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응답자의 85.3%가 동의했고, 87%의 응답자가 공해에 해양보호구역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90%가 공해 이용에 앞서 환경영향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의식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선박들은 공해에서의 어획고가 중국과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를 정도로 공해 해양생태계 파괴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6] 정부는 공해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No Take Zone
해양보호구역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규제 수준을 매우 높여야 한다고 학자들은 강조한다. 현재 특정 국가 내에서 관리되는 해양보호구역 중 많은 곳이 실제로는 이름만 보호구역(일명 'Paper-park")이며, 어업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허용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은 해양생태계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적지 않은 국가에서 인간의 활동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 이름 뿐인 보호구역을 만들어 놓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해양보호구역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다.
No Take Zone은 어업을 비롯, 해저 유전이나 심해 자원 채취 등 목표 지역의 산업적 활용을 철저히 규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풍부한 자연환경을 침해하여 이득을 얻고자 하는 개인 및 이해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단속할 수 있는 법률 제정과 이에 대한 집행 기관을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중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외부의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는지, 보호 대상 해양생물들이 늘어나고 종다양성이 회복되는지, 서식지가 안전하게 보전되는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집행 기관과 모니터링/연구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안정적 예산 또한 확보해야 한다.
BBNJ 협정에 따르면 비단 어업과 개발 뿐 아니라 해양오염을 유발하는 활동 또한 국제적인 관리 대상이 된다. 현재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역시 공해의 생물다양성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보다 강화된 국제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아직 협정 발효전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