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놓고 나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현장작업의 즐거움이다
유신준
철쭉 형태는 끝이 둥근 원기둥. 작업 요령은 이미 배웠으니 알고 있다. 사부 정원에서 연습한 달덩이를 응용하면 되겠다. 다만 여기는 작업현장이라 연습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잠시 얼떨떨 했다.
그래도 사부께서 맡기시는 일이니 해야지. 아니 이건 실습의 첫 번째 관문이니 반드시 잘 해내야 한다. 바리캉을 들었다. 차분하게 머릿속에 생각한 이미지대로 잘라 나갔다. 아래쪽을 반듯하게 돌려가며 자른 다음 높은 곳은 사다리를 사용하려 했다. 거기는 사다리 세우기 어려운 곳이니 담장을 이용하란다.
옆 집은 지대가 낮아서 바닥까지 적어도 4미터는 넘어 보인다. 얇은 담장 위에 전동 바리캉을 들고 올라섰다. 다리는 후들거리지 바리캉은 덜덜 거리지 이건 거의 곡예수준이다. 설마 사부가 하기 어려운 일이라 나를 시킨 건 아니시겠지? 발 밑을 주의하면서 둥근 모양을 살려 작업해 나갔다.
실전은 연습처럼하라고 하지만 실전은 엄연히 실전이다. 다만 연습 때 배운 걸 참고할 뿐이다. 배운대로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보고 또 보고 자르고 털고 다듬고를 반복한다. 이건 내려가서 보고 올라와서 작업하고 반복해야 하니 장난 아니다. 체력도 체력이려니와 좁은 담장 위에서 상당한 주의력까지 요구되는 고난이도 작업이다.
주인이 멀리서 구경하고 있었지만 작업에 몰입되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현장 투입 후 첫 작품을 정성껏 잘 마쳤다. 입구에 있는 교토 스기나무를 손질하던 사부가 멀리서 보더니 잘 했단다. 첫 관문을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본편은 지금부터다.
초짜에게 메인트리까지 맡긴 사부
다음 작업 대상은 석등 앞의 작은잎 철쭉이란다. 사부 정원의 달덩이보다 약간 큰 규모다. 그런데 이건 격이 다르다. 정원 포인트인 석등에 머문 시선이 옮겨가는 지점. 정원 가운데 떡 버티고 앉아 정원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나무다. 이른바 이 정원의 메인트리다. 아까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전동 바리캉을 들긴 했지만 초짜가 감히 메인트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