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실이 왕매실가지런히 진열하는 아저씨의 달콤한 입담이 생각난다
박향숙
화사한 예술작품 눈요기를 한 후 상인들이 있는 장터골목길 안으로 들어왔다. 겨울에 심었던 마늘이 쏟아져 나왔는지 "마늘 한 접에 OO이요. 싸게 줄테니 얼른 사~~'라는 할머니의 말을 지나칠 수 없어서 "엄마한테 물어보고 다시 올게요. 제 거 남겨주세요"라고 했더니 '꼭 와'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셨다. 조금 지나다 보니 황매실이라는 박스종이 간판이 보여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작가인가? 황매실 좋아요. 얼마 안 남았으니 사요."
"작가는 아니고요. 매실이랑 시장모습이 좋아서 그냥 찍어요. 매실도 진짜 맛있게 보여요."
지난해 담근 매실즙이 아직도 냉장고에 있는데, 슬며시 매실 담긴 망사주머니를 들어보며 마음의 유혹을 물리쳤다. 나이 들수록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짧아지는데 눈으로 보이는 것, 특히 시장에 가면 다 사주고 싶은 맘이 툭툭 튀어나온다.
조금 지나오니 어물전이 성황이다. 생선을 꼬득꼬득하니 말려서 단정하게도 널어놓았다. 당연히 친정아버지와 엄마가 생각난다. 내 나이 오십이 다 되도록 아버지가 잡아올린 생선으로 밥상을 받는 호사를 누렸었다. '네 아버지 없으면 생선은 보기도 싫을 줄 알았는데 입맛 당기는 것은 생선뿐이더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생각에 말린 생선 널어놓은 아줌마의 손길을 살피며 또 사진 한 장을 담았다.
군산, 익산, 김제를 중심으로 각 면에서 마실 나온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들고 온 물건을 팔아 또 다른 물건을 살 요량으로 보따리를 열어놓는다. 한두 자쯤 되는 보따리 장터, 수십 개가 모여 지역 고유의 오일 장터가 만들어지고, 이 축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돌아간다. 채소류, 생선류, 의류, 곡류, 전통과자, 나무와 꽃 등이 있다.
이제는 마을 어른들이 말하는 대야장터의 원조, 우시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점심 끼니때가 되면 그들의 발걸음은 저절로 소머리 국밥집을 향한다. 이제 저분들마저 안 계시면 그나마 추억하는 그 시절 그 얘기도 사라지겠지.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은 정성이라도 훗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 기웃거리며 장터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매월 끝자리 수가 1일과 6일, 대야 5일장은 어딜 갈까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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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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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있는 전통 오일장, 하트 날리는 할머니... 힙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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