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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있는 전통 오일장, 하트 날리는 할머니... 힙하네

전북 대야 오일장 풍경... 장터미술관과 문화공유공간

등록 2023.06.18 16:01수정 2023.06.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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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전북 대야 오일장(1일·6일)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떤 장르일까. 트로트 가수들의 흥겨운 가요 가락은 상인들과 손님들의 발장단을 절로 일어나게 한다.


올해 군산의 예비문화도시 시범지역으로 대야가 지정되면서 대야장터를 찾는 횟수가 늘었다. 특히 책방을 장식할 꽃과 텃밭씨앗과 모종을 사러 가면서 장터에 나온 갖가지 물건들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날(16일)은 트로트가락이 아닌 젊고 통통 튀는 묘한 믹스곡 리듬이 장터에 울려퍼졌다.
션만과 남메네의 '부부전' 지역예술가 신현만씨(39세)와 남민이(37세)의 작품설명
션만과 남메네의 '부부전'지역예술가 신현만씨(39세)와 남민이(37세)의 작품설명박향숙
 
100년된 미곡창고가 미술전시관으로 탄생 대야장터에 설치된 <장터미술관>
100년된 미곡창고가 미술전시관으로 탄생대야장터에 설치된 <장터미술관>박향숙
  
음악의 발원지는 바로 '장터미술관' 앞뜰이었다. 이곳은 군산시와 군산문화도시센터(센터장 박성신교수)가 진행하는 군산예비문화도시 사업인 '27문화스테이-대야면' 프로그램 중 하나다. 4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주제를 선정해 각 월마다 2명에서 3명의 작가가 함께할 예정이다.

이 미술관은 대야면 전통시장 내 100년 된 미곡창고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사람들의 일상에 공공미술을 결합시킨 새로운 아이디어 공간이다. 지역 작가를 조명하고 지역에 문화활력을 불어넣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사람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만드는 삶터가 바로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6월의 미술전시회 주제는 '션만과 남메네의 부부전'이었다. 젊은 청춘부부 두 사람, 지역예술가 신현만씨(39)와 남민이(37)의 작품이 한 달 동안 전시된다. 남편 신현만씨는 음악전문가이기도 해서 미술 전시관 앞뜰에서의 연주는 특별한 이목을 끌었다. 음악장르는 훵크 브레이크, 대표곡인 '핫도그(hot dog)'외 여러 믹스곡을 연주했다. 음악을 배경으로 한 부부 미술전시장에 들어서니 눈 깜짝할 사이 한여름의 강렬한 태양빛이 들어온 것처럼 명료한 원색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저의 그림은 군산을 배경으로 했는데요, 어릴 적 군산에 오면서 느꼈던 불안의 시간들을 군산의 풍경과 서해안의 해질녘을 보면서 회복하고 치유받는 감정들을 녹여낸 작품들입니다. 주로 군산 곳곳의 이미지들을 변형하고 왜곡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magic hour'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미술가 남민이씨의 말이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군산의 풍경들이 그림 위로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저곳은 월명산에서 바라본 바닷가' '저 모습은 고군산 군도의 수평선' 등, 나도 역시 군산의 풍경이라 할만한 곳들을 떠올리며 작가의 불안한 마음을 치유해준 아름다운 장소들을 생각했다. 젊은 작가의 상상력 넘치는 그림 치유법은 군산을 낯설어 하는 이방인들에게는 명약이 될 수 있겠구나 싶어 신기했다.


말랭이 마을에서 하고 있는 동네글방 문해교육처럼 이 '부부전'도 군산문화도시사업의 한 모습이다. 특히 지역예술가들의 활동무대를 기획해서 지역민에게 홍보하고 함께 문화예술의 모습을 공유하는 장이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큰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준다고 부부 작가는 전했다. 자신들의 예술무대가 반드시 대도시를 향하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소소한 활동이지만 지역의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눈에 띄는 달력 그림들이 있어서 물어보니, 부부가 함께 가정의 소소한 놀거리로 가볍게 드로잉 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어느 것이 남편 작품인지, 아내 작품인지가 구별될 만큼 작가들의 개성이 분명했다. 사진 한번 찍자며 서로에게 서로의 작품을 설명해 주시라는 요청에 부끄럼을 타는 젊은 예술작가들의 모습에 내 마음이 설레는 것은 왜일까.
 
5일장의 으뜸 '마늘'이 총집합 할머니들의 구수한 말씀에 절로 발길이 멈추어서 맞장구쳤다
5일장의 으뜸 '마늘'이 총집합할머니들의 구수한 말씀에 절로 발길이 멈추어서 맞장구쳤다박향숙
황매실이 왕매실 가지런히 진열하는 아저씨의 달콤한 입담이 생각난다
황매실이 왕매실가지런히 진열하는 아저씨의 달콤한 입담이 생각난다 박향숙
 
화사한 예술작품 눈요기를 한 후 상인들이 있는 장터골목길 안으로 들어왔다. 겨울에 심었던 마늘이 쏟아져 나왔는지 "마늘 한 접에 OO이요. 싸게 줄테니 얼른 사~~'라는 할머니의 말을 지나칠 수 없어서 "엄마한테 물어보고 다시 올게요. 제 거 남겨주세요"라고 했더니 '꼭 와'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셨다. 조금 지나다 보니 황매실이라는 박스종이 간판이 보여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작가인가? 황매실 좋아요. 얼마 안 남았으니 사요."
"작가는 아니고요. 매실이랑 시장모습이 좋아서 그냥 찍어요. 매실도 진짜 맛있게 보여요."


지난해 담근 매실즙이 아직도 냉장고에 있는데, 슬며시 매실 담긴 망사주머니를 들어보며 마음의 유혹을 물리쳤다. 나이 들수록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짧아지는데 눈으로 보이는 것, 특히 시장에 가면 다 사주고 싶은 맘이 툭툭 튀어나온다.

조금 지나오니 어물전이 성황이다. 생선을 꼬득꼬득하니 말려서 단정하게도 널어놓았다. 당연히 친정아버지와 엄마가 생각난다. 내 나이 오십이 다 되도록 아버지가 잡아올린 생선으로 밥상을 받는 호사를 누렸었다. '네 아버지 없으면 생선은 보기도 싫을 줄 알았는데 입맛 당기는 것은 생선뿐이더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생각에 말린 생선 널어놓은 아줌마의 손길을 살피며 또 사진 한 장을 담았다.

군산, 익산, 김제를 중심으로 각 면에서 마실 나온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들고 온 물건을 팔아 또 다른 물건을 살 요량으로 보따리를 열어놓는다. 한두 자쯤 되는 보따리 장터, 수십 개가 모여 지역 고유의 오일 장터가 만들어지고, 이 축을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돌아간다. 채소류, 생선류, 의류, 곡류, 전통과자, 나무와 꽃 등이 있다.

이제는 마을 어른들이 말하는 대야장터의 원조, 우시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점심 끼니때가 되면 그들의 발걸음은 저절로 소머리 국밥집을 향한다. 이제 저분들마저 안 계시면 그나마 추억하는 그 시절 그 얘기도 사라지겠지.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은 정성이라도 훗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 기웃거리며 장터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매월 끝자리 수가 1일과 6일, 대야 5일장은 어딜 갈까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릴 것이다.
#대야5일장 #장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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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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